아침부터 거실 커튼 단다고 혼자 끙끙거렸다.
창에 부착되있던 블라인드를 떼어내고 커튼을 달기로 한 것이다.
가을이 되엇으니 미리 겨울준비를 한다고나할까.
겨울엔 바람 구멍만 잘 막아도 난방비를 줄일 수 있기에 블라인드 대신 두터운 커튼을 치기로 했다.
커튼은 두어 달 전 동대문 시장 자투리 가게에 가서 몇 개 사왔다.
한데 자투리는 개당 만원씩 파는 대신 두 짝이 아닌 한 짝 뿐이다.
점포 주인에게 나머지 한짝마저 구할 수 없느냐 했더니,
"그럼 누가 만원에 팔겠어요. 몇 십만원으로 올라갈 텐데. 이건 쌤플로 해놨던 거라 싸게 파는 대신
한짝 밖에 없는 거에요." 한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결정을 내렸다.
쥐꼬리만한 돈으로 살아내려면 과용은 절대 금물. 낭비나 과용을 악(惡)같이 여겨야 한다.
커튼이 한 쪽 뿐이라 중앙 쯤에 걸어 놓고 양광이 드는 시간이나
바람 부는 날에 따라 이리저리 알맞게 옮길 생각이다.
문제는 궁핍하지 않게 보이도록 연출을 잘하는 일.
열흘 후에 후배P가 우리 집에 온다고 했는데,
"선배, 커튼 한 짝은 어쩌고 한 짝만 달아놨어요?" 하는 말 대신,
"선배, 커튼을 참 독특하게 해놨네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말이다.
지난번에 훤이가 우리 집에 왔을 때 눈좀 부치겠다며 작은 방으로 들어가더니
작은 방 커튼이 독특하고 좋다고 커튼을 칭찬한 적이 있었다.
그건 커튼이 아니라 오래 전 훤이가 네팔에 갔다가 사다준 아주 큰 숄이었다.
작은 방은 글도 쓰고 낮잠도 자기 좋게 어두운 커튼이 필요했다.
제대로 된 커튼을 마련하려면 돈이 들겠기에 봉에다 그 숄을 걸쳐놓았다.
질감은 좀 두툼하고 빛깔은 짙은 남색이며 하단에 줄무늬가 있는 그 숄은 작은 창에 안성맞춤이다.
일반 커튼과 색다르니 분위기도 독특하다.
쥐꼬리로도 꼬리곰탕을 끓여내려면 발상을 잘 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