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엘리랑 즐겨하는 것중에 오페라 놀이가 있다.
대화에 멜로디를 실어 노래로 하는 놀이인데 엘리는 이 놀이를 무척 좋아한다.
이 놀이를 시작한지도 벌써 반년이 넘은 것 같다.
즐거울 때 이 놀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엘리에게 야단을 쳐야할 때도
가끔은 이 놀이를 이용한다.
말로 직접 화를 내는 것은 아이에게 거부감을 주지만 노래로 부르니
엘리는 놀이를 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면서도 노래의 메세지는 정확히 파악하니
오페라 놀이는 내 감정을 절제하는데도 여간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
아직 만 네돌도 안 된 어린 것이 내 노래를 듣다가는
"할머니, 그건 그렇게 부르면 안돼요."하고 감독을 하려 든다.
나는 어린 감독의 지시에 따라 달리 부르며 반응을 기다릴수 밖에.
엘리가 좋다고 하면 또 다른 노래로 넘어가는데, 엘리는 좋아라 하지만,
나는 목이 아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훗날 엘리가 컸을 때 이런 기억을 해내려나 모르겠다.
저와 내가 노래로 대화하며 얼마나 즐거워 했는가를 말이다.
하지만 설령 기억을 해냈다 하여도 이 할미 목이 얼마나 아팠는지,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할미가 저를 보며 얼마나 행복해 했는가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엘리가 자라고 자라고 자라고 또 자란 어느 날,
내 나이가 되어 자기 손녀 손자에게 꼭 같은 놀이를 해보기 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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