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허 이태준의 글에 '이성간 우정'이란 수필이 있다.
그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같은 아는 정도라면 남자를 만나는 것보다 여자를 만나는 것이 우리 남성은 늘 신선하다.'라고.
또한 남자에게 있어 여자처럼 최대, 그리고 최적의 상이물(相異物)은 없다고.
허나 이게 어디 남자에게만 해당될 말인가.
이성간에 과연 우정이 가능한가 아니냐의 문제는 심심찮게 쟁론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내 경험 상으론 아무리 만나도 전혀 이성이란 느낌이 안드는 덤덤한 이성도 있긴 하였다.
그런 대상이라면 10년을 만나도 무성 내지는 동성처럼 마음의 변화나 동요 없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상이라 할지라도 상대가 보여주는 어떤 감동적 행위나 상황의 특이성이 따를 경우엔
에기치 못할 연정이 싹틀 수도 있다고 본다. 남녀간의 사랑이란 본디 바람과 유사한 속성을 지닌 때문이다.
일단 미묘한 연정이 싹트고 나면 당사자가 감정을 내색하지 않는다 하여도
그 우정은 순수한 우정만은 아니라고 봐야할 것이다.
이러니 이성간의 우정이란 운명적으로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우선 이성 친구 사이엔 동성 친구에게선 느끼기 힘든 이질적 생기가 개입되고,
자석의 N극 S극이 서로 끌리는 것과 같은 생동감이 발생되어 동성간의 우정과는 출발부터가
다르게 마련이다.
이성간 우정의 순도를 지키는 게 애시당초 운명적 불안전성을 내포하고 있다 해도
나는 가능하면 이성간 우정을 경험할 수 있기를 세상의 남녀에게 말하고 싶다.
인간이란 어쩔 수 없이 서로 다른 극에서 기를 받는 까닭이다.
또한 이성에게선 동성 친구에게서는 도무지 얻을 수 없는 긍정적 상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엔 자연스레 남녀간의 우정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니 여기서의 남녀는
청춘남녀를 말하는 게 아니다.
요즘은 동호회 문화가 확산되어 건전하게 남녀간 교류를 펼칠 수 있는 장이 많아졌다.
출발은 이러 해도 남녀 관게란 만남이 잦다 보면 이상 기류가 발생하게 마련,
호감은 연정으로 변질되고 절제를 못하는 남녀는 간혹 사회문제와 가정 파탄을 일으키기도 한다.
나는 51대49를 추천하고 싶다.
무슨 말인고 하니 남녀간 우정은 애정대 우정의 비율의 가이드라인을
51대 49 정도로 정해놓고 가급적 그 수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절제해야한다는 의미다.
애정대 우정의 비율이 0대 100인 거짓말 같은 경우도 드물게 있을 수 있지만
그 수치는 결코 영원불변하는게 아니니 적어도 남녀 관계에 있어 이는 절대 장담할 게 못된다.
만약 51대 49 정도의 수치를 도무지 지킬 자신이 없다면 관게를 깨던지
아니면 우정이란 가식의 간판을 내리고 연인 관계를 선포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연애는 아무나 함부로, 바람에 흩날리는 가랑잎처럼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
우선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그들은 이미 기혼자일 것이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애를 게속해야만 할만큼 의미롭고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반드시 자신(가능하면 상대에게도)에게 물어봐야 한다.
기왕지사 연애를 했다면 가급적 해피한, 그리하여 서로에게 생산적인 상생의 연애를 해야할 것이 아닌가.
최소한 삼류 통속극은 면해야 할 것이 아닌가.
웬일로 내게 개인 상담을 해오는 여성이 더러 있었다.
가정이 있음에도 연인을 두고 싶은 속내를 내비치며 물어오는 것이다.
이럴 때 나는 도덕을 앞세우기 전에 현실론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내 대답은 이러했다.
"안 들킬 자신 있으면 하라. 안들키면 로맨스고 들키면 스캔들이다.
그리고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는 연애는 곤란하다.
가책 없이 연애에만 몰입하되 죽으면 죽으리란 다부진 각오도 되어있어야 한다"고.
그녀가 다시 같은 질문을 해온다면 이젠 이런 대답을 할 것 같다.
"연애? 그거 별 거 아냐. 우선 유효 기간이 길지가 않지 . 그러니 그냥 51대49로지내봐.
그러면 연애보다 유효기간도 길어지지.그리고 그 1, 2%가 어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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