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법 빡센 등산을 했다.
비실거리는 몸으로 도봉산 최고봉 자운봉 바로 근처까지 갔던 나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애초엔 조금만 걷다올 생각이었다.나는 요즘 줄곧 비실거렸으므로....
광륜사 뒷길로 해서 내 도서실 바위에 앉아 책이나 보고 오겠다고 책을 두권 넣고 집을 나섰다.
광륜사쪽으로 가는 등산로는 비교적 가파르고 바위도 많아 날이 제법 선선한데도 땀이 한여름처럼 흘렀다.
도서실바위까지 오르는데도 세번이나 쉬어 간 것 같다.
내 컨디션이 좋을 땐 1시간, 쉬엄쉬엄 가면 1시간 반이 걸리는 지점에 내 도서실이 있다.
오랜만에 만난 바위는 나를 반기듯 너른 자리와 등받이를 내어준다.
그 장소는 두 사람이 앉기에 알맞고, 등받이를 할 수 있는 바위가 있고 조금 옹색하긴 해도
누워 쉴 수도 있다.
그 자리에 앉아 40분 남짓 책을 읽고 준비해간 음식을 우물거렸다. 그리고 커피 한 잔.
자, 이제는 할일도 얼추 끝났으니 하산할 것인가 아니면 더 높은 곳을 향하여 계속 걸을 것인가만 남았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그리곤 앞으로 전진 또 전진.
능선에 오르니 소슬바람이 알맞게 불어주며 다리의 힘을 부추겨준다.
그래서 길이 다시 갈라지며 하산 지점이 나왔을 때 나는 망설이지 않고 직진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 힘은 대체 어디로부터 나오는 걸까.
산의 마력일 수도 있다.
집을 나설 때 내가 이렇게 많이 걸을수 있으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
나는 그 동안 몸이 엄청 안 좋았고 아침에 먹은 것도 부실했기에.
새삼 느끼는 거지만 몸으로 몸소 겪지 않고 머리로만 굴리는 관념이란 때론 사깃꾼과도 같은 것이다.
매우 위험한 친구다.
사람은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살아야 한다는 걸 어제 새삼 또 깨우쳤다.
생각, 추측....이여 물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