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또 남자 옷

tlsdkssk 2011. 9. 20. 13:04

등산 점퍼를 새로이 마련했다.

몇 년 등산을 했다고 옷도 관록이 붙어 낡은 티가 역력해

핑게김에 저질렀다.

등산복을 고를 때 유명브랜드는 일단 제외한다. 더더욱 신상품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신상품을 보고나면 다른 게 눈에 들어오질 않는데다가

고가의 신상품도 한두해만 지나면거품이 빠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명브랜드도 입어보고 중저가도 입어보고 싸구려도 입어보았다.

하지만 가격 차이만큼 품질의 차이가 있는 건  아니었다.

브랜드에 죽고 사는 이들이야 죽어라고 유명브랜드를 찾아 입어야 옳겠지만

나는  웬만한 품질이면 색상과 디자인이 좋은 중가 상품을 선택한다.

 전문가들이 입는 최첨단 옷들은 입어보지 못했으나 나는 평상시 입는 아웃도어 제품들은

굳이 유명브랜드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사람이다.

중저가 옷들도 품질은 그닥 뒤지지 않으니 말이다.중저가 만세!

등산이란 어떤 면에서 거친 운동이다. 바위도  기어오르고 풀섶에 주저 앉기도하고

때론 가시덤불도 헤쳐가야하니까. 

그러니  편하고 마구 입어도 좋은 옷이라야 할 것이다.

한데 유명 브랜드 등산복 가격을 보면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것 같다.

거의 대다수의 등산객들이 비전문가들인데 이토록 비싼 옷을 입어야한다니 무슨 코미디같다.

이번에 산 옷도 또 남자 옷이다.

처음엔 분위기를 바꿔보겠다고 여성용 진보라색 윈드스토퍼를 입어보았다.

요즘 여자 옷들은 상의도 짦아지고 슬림한 게 대세다. 

평소  비싼 돈 주고 작은(?) 옷을 사려면 왠지 밑지는 기분이 들곤 했다.

그래설까, 거울 앞에 서서도  눈길은 딴 곳을 훑고 있었다.

검정에 연두가 약간씩 배색된 품 넉넉한 옷으로 눈길이 가는 것이다.

매장 점원에게 그 검정 점퍼를 건네달라 하곤 입었던 옷을 벗고 검정 점퍼를 걸쳐보았다.

"그건 남자 옷이에요."

점원은 만족해하는 나를 보고 그 옷이 남자 거라는 것을 친절히 설명한다.

나는 상관없다고 하며 그 옷을 싸달라고 부탁했다.

점원이 나를 위 아래로 훑으며 말한다.

"손님은, 보이쉬 하고  헐렁하게 입는 걸 좋아하시나봐요.근데 그게 아주 잘 어울리시네요."

나는 지금 입은 바지도 남자 건데 색상과 디자인이 맘에 들어  샀노라며 웃었다.

 

청계산으로 첫 등산을 하던 날, 나는 아들이 롯데에서 사준 고가의 바지를 입고 갔었다.

한데 그날 산에서 보기 좋게 구르는 바람에 그 비싼 바지가 찢어지고 구멍이 나고 말았다.

옷의 노예가 되지 않고 자연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서라도 나는 고가품은 피할 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이번처럼 남자 칫수 가운데 가장 적은 칫수를 골라 입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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