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폭식

tlsdkssk 2011. 9. 17. 07:28

아침에 폭식을 했다.

나는 지금 곧 해산할 짐승처럼 씩씩거리고 있다.

아, 이 터질듯한 불쾌감과 이 끈적한 죄스러움!!

원인은 생각없이 음식을 사들인 때문이다.

미국 손님 Y가 우리 집에 머물 줄 알고 미리 음식을 잔뜩 들여 놓은 게 화근이다.

한데다 그녀가 우리 집을 방문하며 또 먹을 거리를 잔뜩 사왔다.

옆집에 나눠줄까, 경비 아저씨를 갖다드릴까 궁리도 했지만,

그게 생각처럼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주로 달디 단 음식들인 까닭이다.

오늘 아침엔 사과 큰 것 한개, 밥3/2 공기, 튀긴 큰 닭다리 한개,

그리고 쵸코렛을 듬뿍 얹은 크리스피크림 도넛 2와 2/1개에 커피 한잔을 곁들엿다.

하루 세끼중 아침 식사를 가장 중시하긴 하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먹은 셈이다.

가득찬 냉장고를 보는 게 부담스러워 빨리 비울 욕심에 내 뱃속으로 넣어버렷다.

부른 배로 고통을 느끼며 문득 사념의 과잉은 없었는지에 대해 사생각해본다.

내 머릿 속에 쓸데 없이 많은 사념들을 채우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한의사에게 진맥을 받을 때면 의사는 내게 생각이 많다는 얘기를 해오곤 했다.

맥을 보면 그런 것도 나오는 걸까.

아마도 내 생각의 5/4정도는 쓸모 없는 것을 일 것이다.

당분간 음식 종류는 아무 것도 사들이지 말자.

냉장고만 파 먹어도 한달 이상은 너끈히 살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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