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며칠 전 부터 계속 시름시름 비틀비틀이다.
조금만 힘든 일을 해도 땀이 빨빨 흐르고 눕고만 싶어진다.
그래서 아들에게 "언제고 엄마가 죽으면..."하고 유언 비슷한 애기를 했더니
질색을 한다.
하지만 쥭음이 뭐 별스러운 것인가.
산다는 건 서서히 죽는다는 것, 삶이 낮이라면 죽음은 밤.
내가 죽으면 아파트는 아들에게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지닌 동산은(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나는 생명보험 든 게 있으니) 전액을 모두
내가 후원해주던 세 곳에 기부해달라고 말했다.
자식은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지만 그것 만큼은 엄마의 청을 들어달라고 했다.
나는 좀더 현실적인 조언을 아들에게 하였다.
"이 아파트를 상속하게 되면 너는 상속세를 물어야 한다.
6개월 내로 내야한다니 아파트를 전세 놓으면 되겠구나.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현재로선 아파트 시세의 20%를 내야한다.
세월이 지나 아파트 시세가 오르거나 변하면 세율은 또 달라질 수도 있다...."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긱기 쉽다.'
단말마적 고통으로 짙누르는 병이라면 모를까 이런 시름시름앓는 병은 참으로 고마운 친구 같다.
삶을 정리하게 하고 돌아보게 하는데에 이만한 친구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