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이 빠질 땐 옷 정리를 하는 버릇이 있다.
옷정리를 하며 혼자만의 작은 패션쑈를 곁들인다.
그럼 좀 생기가 도는 것 같다.
오늘 새삼 느낀 거지만 내 옷들은 거의가 내 칫수보다 큰 옷들이 많다.
티셔츠를 제외하곤 거의가 다 크다.
이건 내 30대적부터의 버릇인데, 늘 내 치수보다 큰 옷을 사곤 했다.
언제고 내 몸피가 불어 칫수가 안맞게 될까봐 미리 칫수를 늘려 사는 거지만
그 옷의 본전을 뺄 만큼 입어도 내 칫수는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다.
큰 옷을 좋아하다 보니 남편의 옷도 소매를 접어가며 곧잘 입곤 했다.
무엇이고 나를 옭죄는 것은 싫다.
뭍 여성들이 몸매를 잘 보존하고 돋보이게 하기 위해 언더웨어에 신경을 쓰며 몸을 조여대지만,
나는 어쩔수 없이 착용해야하는 브래지어 외에는 몸에 걸쳐 본 적이 없다.
이런 리버럴한 주인을 만난 내 몸은 행복하지 않았을까.
큰 옷을 좋아하는 것도 아마 이런 내 성정에서 비롯된 것인가 싶은데,
상의는 커도 별 문제가 없지만 팬츠류는 허리가 맞지 않아 늘 허리를 두어 군데 찝어서 입어야 했다.
그러니 옷태가 제대로 날 리가 없는데도 이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오늘 옷 정리를 하다가 트렌치 코트를 입어보았다.
소매도 길고 모든 게 크고 길었다. 입고 나니 영락없는 허수에미다.
이 옷은 3년 전 모 브렌드에서 창고 세일을 할 때 사온 옷이다.
구라파 스타일의 옷을 만드는 그 브랜드 옷들이 내 취향에 맞았다.
색상도 맘에 들고 다 좋은데 칫수가 무려 두 단계나 컷다.
그래도 한 벌 밖에 없기에 망설이지 않고 사버렸다. 상의는 아무리 커도 흘러내릴 염려는 없는 거니까.
요즘 유행하는 옷들은 슬림한 스타일이 많고 하물며 아웃도어 제품들도 슬림하게 만드는데,
내 옷은 거의가 다 풍덩하다.
얼마 전엔 조카로부터 겨울 점퍼를 얻었다.
사이즈가 두어 칫수는 큰 옷이지만 색상이 맘에 들어 가지고 왔다.
그 옷은 정말 커서 걸치면 가관이다.
그래도 큰 옷이 좋은 걸 어찌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