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나 실컨 자겠노라, 간밤엔 좀 일찍 자리에 들었는데,
웬 걸, 눈 뜨니 새벽 3시도 안되었기에 간밤 잠 들기 전 바라보았던
서산으로 마실 가는 등 굽은 황금 오이같던 달 쪼가리라도 혹시 만날 수 있을까하여
창밖을 바라보니 역시나 달은 꼬리 한 토막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려,
아쉬움에 저 건너 마을 아파트 창의 불빛을 헤이다가,
이제껏 불이 켜진 집들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상상하다가 ,
묵주를 쥐고 기도라도 드릴까 하다가
찬물 한컵 마시고 컴퓨터를 켜고 이리저리 손가락을
누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웬 미지의 공간으로 들어가 버렸는데 ,
거기엔 보물창고와도 같이 시와 수필이 산처럼 쌓여 있어
인사 한 마디 없이 정신없이 퍼나르고 나니 그 주인장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본디 나는 내성적인 성향이 강하기에 그럴 뿐이지
고마움을 모르는 파렴치한은 아니올습니다, 독백을 하면서도
자꾸 내가 도둑같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