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럴 수가? 이런 횡재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의 내 느낌이 그러 했다.
글세 무려 9시간이나 잔 것이다.
늘 지겹도록 따라붙는 꿈도 꾸지 않았다.
아니 꾸었겠지만 하나도 기억하지 못할만큼 깊고도 단 잠을 잔 것이다.
어쩌다 이런 기적이 일어났을까, 늘 고양이처럼 얕은 잠을 자던가
몇 토막 잠을 자는 내가 말이다.
까닭을 생각해본다.
그제는 문우와 남산을 거닐며 서울의 야경을 감상했다.
어제는 산우와 경기도 연천 신탄리에 있는 고대산엘 갔다.
서울에서 고대산을 대중교툥으로 다녀오려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전철을 타고 국철을 타고 다시 경원선 기차를 타야만 갈 수가 있다.
경원선 열차 는 매 시간마다 있어 그 시간을 놓치면 1시간여를 기다려야 한다.
한데도 나는 그 불폄함과 느림이 주는 느낌이 주는 회고적 재미에 벌써 몇 번이나 고대산엘 다녀왔다.
어젠 기차를 타지 못했다. 동두천역에서 내려 기차표를 끊으려 하니 열차 운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수해의 여파로 당분간은 운행이 요원한 모양이었다.
대신 바스를 타기로 헀다. 신탄리행 버스는 20분마다 오는데 날이 뜨거워 기다리는 시간이
배로 지루하게 느껴졌다.
나는 버스정류장 근처의 풀섶을 뒤져 풀도 꺾어보고 하늘도 쳐다보며 버스를 기다렸다.
마침 내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아여 얼른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
여기서 못 앉으면 1시간을 서서 가야한다.
버스창 밖으로 보이는 풍광은 기차보다 못해도 그래도 가만히 앉아 갈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가.
시골 버스는 이따금 꽤나 털털거리며 달렸다. 때문인가 운동을 한것처럼 몸도 피곤하고
아침 먹은 것이 내려가 시장기가 돌았다.
내리자마자 보리비빔밥으로 배를 채우고 정오의 땡볕 아래를 걷기 시작했다.
배는 부르고 몸은 나른하고 산을 오르기도 전에 잠부터 온다.
동행한 친구에게 잠깐 쉬고 가자하고는 정자에 자리를 깔고 눈을 감았다.
그리곤 배가 어느 정도 꺼졌을 무렵에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으로 등산로는 영망이다.
오늘의 목표 지점은 조금만 오르면 되는 표범폭포.
한데 정작 폭포는 가지 못했다. 폭우로 여기저기가 망가져 다시 보수하는 판에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대신 폭포 언저리로 자리를 잡았다. 게곡에 발을 담그니 몇 초도 안되어 등골이 오싹해온다.
땀으로 젖었던 옷들이 이내 뽀송해온다.
습도 많은 한 여름 산행과는 분명 다른 맛이다.
산을 내려와 다시 버스에 올랐고 국철을 타고 다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잠을 잘 잔 것은 연이틀 적당히 피곤하게 보낸 덕일 것이다.
산도 산이지만 버스의 흔들림이 준 여파가 컸다고 본다.
어쨌거나 나는 큰 횡재를 한것만 같다. 9시간이나 푹 잤다니.... 만세다, 만세! 횡재다 ,횡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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