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노라니 손톱 끝이 매끄럽지 않은 게 느껴진다.
손톱 깎기로 다듬다보니 제법 긴 것도 있어 돋보기를 끼고 자른다.
무엇이든 시작하면 완전하다 싶을 때까지 하는 성미라 한참동안 ‘작업’을 하는데, 집사람이 “왜 신문지도 깔지 않고… 바닥을 어지럽히느냐?!”고 일갈한다.
“깍은 거 깨끗하게 치울 테니 잔소리 하지 마!”
“전번에도 그러더니 손톱 가루가 카펫 속에 들어가서 끄집어내는 거 힘들어 죽겠던데…”
“죽겠다!는 소리 또 하네! 버릇 될라…”
“ 그런 소리 안 하게 해야지! 카펫 속 까지 다 털어내려면 얼마나 힘든 지 알기나 해?”
“ 그까짓 게 뭐 힘드노! 내가 다 해줄끼다.”
“신문지 깔고 하면 될 낀 데, 왜 지랄이고?”
“뭐 찌랄?”
지랄은 어머니께서 시집 온 며느리에게 악의 없이 쓴 게 처음이자, 시집에서 상용어가 되었다.
혼수 보따리 속에 들어있는 나팔바지를 보고 “이게 뭐꼬?” 하셨다.
입은 꼴을 보고 “희한하대이, 고것 참! 지랄들 하네!”하셨지.
아내는 내가 ‘잔소리’ 한다는 것에 예민해져서 ‘지랄’을 의도적으로 쓴 게 아닐까?
또, 카펫 속에 손톱 먼지 들어박히는 게 ‘물안개’라서 그런 건 아닐지…ㅋㅋㅋ
목욕하고 나와 앉아 ‘작업’ 하자니 즐겨보는 TV 프로가 시작되었는데, ‘급
하다! 신문지 가지러 가지 말고 그냥 하자. 프로 끝나면 천천히, 깨끗하게 치우자’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면도 시간 10~15분이 정상인데, 나는 45분~1시간 걸린다. 피 묽게 하는 약 먹고 있어 조그마한 상처에도 멎지 않아 그렇고, 깔끔하지 않으면 못 참는 성질머리 때문.
지랄 : 1) ‘함부로 법석을 떨거나 분별없이 막 하는 짓’
2) 〈지랄병〉의 준말
급하게 “지랄하네.” 하면 “찌랄하네.”로 들린다. 성질 죽이고 ‘찌랄’하지 말자. 아예 쓰지 말자!
'사랑방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에서 만난 시간 (0) | 2010.08.22 |
---|---|
검정우산 (0) | 2010.08.11 |
얼굴을 펴면 (0) | 2010.08.07 |
월간문학 명시 (一) (0) | 2010.07.21 |
심3제 (0) | 2010.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