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의미
- 김행숙
살갗이 따가워,
햇빛처럼
네 눈빛은 아주 먼 곳으로 출발한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뒤돌아볼 수 없는
햇빛처럼
쉴 수 없는 여행에서 어느 저녁
타인의 살갗에서
모래 한 줌을 쥐고 한없이 너의 손가락이 길어질 때
모래 한 줌이 흩어지는 동안
나는 살갗이 따가워.
서 있는 얼굴이
앉을 때
누울 때
구김살 속에서 타인의 살갗이 일어나는 순간에
-계간 『시인세계』 2008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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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숙 시인은 2008년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젊은 여류시인입니다
남의 눈길을 의식하고 살아가는 것을 표현한 작품인데...
선자들의 공통된 의견이
시어는 평범하나 의미는 선뜻 이해가 어려운 작품들이라 했습니다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는 시선으로 낯이 간지럽다고들 합니다
그런 느낌을 살갗이 따갑다고 했답니다
자기만의 인생이지만 사실 우리는 남의 눈길을 의식하면서 살 수 밖에 없잖아요
모래 한 줌 흩어지는 동안 숨 쉬면서 말입니다
결코 길지 않은 인생, 수유라 했던가요?
햇살 피할 수 없으니, 그 눈길 피할 수 없으니
늘 조신하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도 읽힙니다.
출처 : 2081. 김행숙의 [타인의 의미]
글쓴이 : 최상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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