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명시 감상 (二)

tlsdkssk 2008. 7. 17. 01:27

名 詩 鑑 賞 (二)

가 로 수

조 남 기

가로수

저물어 인적(人跡)도 바다로

잠기고

 

외롭게

아 외롭게 서 있는 가로등 밑

너와 나는 춥다

헐벗은 가로수

 

어쩌다 혼자 客氣를 느끼며

짓밟힌 목숨을 매만지노라면

짓눌린 뿌리가 자꾸만

아파

 

한 잎

두 잎 잎은 떨어져 가없고

가지만 하늘을 우러러 떤다.

 

밤은 무덤 같은 어둠

텅 빈 서울 창공에

어디서 어디로 유성(流星)은 흘러가고 있는가.

 

묶인 듯 한 자리만 오돌 오돌 밤을 새는

가로수.

 

어쩌다 혼자 객기를 느끼면서

짓밟힌 목숨을 매만지노라면

짓눌린 뿌리가 자꾸만 아파

 

수인(囚人)인양

태양만을 울부짖으며

외치고 싶어

 

뿌리들을 뽑아들고

어정어정 모여들어

몸이라도 활활 불 지르고 싶은 밤

 

화석(化石)처럼 마냥 굳어버린 거리에

찬바람 몸은 싸늘해져만 가는 뿌리

아프다 이 밤을

우는 가로수여.

 

** 해설 : 밤은 괴로운 상황이다.

번화롭던 서울은 온통 바닷물에 잠기듯

쓸쓸히 가로수가 밤으로 묻혀간다.

혼자 걷는 밤거리 차륜과 인파는

간데 온데 없고 추운 겨울밤에 가로등 밑에서

가로수가 꽁꽁 얼어붙어 외롭게 짓눌린 듯이 뿌리를 박고 밤을 새고 있다.

환하게 떠오른 태양이 그리운 것이다.

이 시는 가로수를 내세워<擬人化> 어두운 현실을 고백하고 있다.

 

 

나그네

박 목 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 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가로수’가 무거워서 홀홀한 ‘나그네’로 이어지게 편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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