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명시감상(五)

tlsdkssk 2008. 7. 31. 23:37

명 시 감 상(五)

거 울

李 箱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말왼손잡이요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요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운사업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 천길 바다 밑 같이 조용한 시인의 정신세계는

공기가 기어 다니는 소리, 숨 쉬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다.

거울 속에 비친 시인의 초상화는

싸늘한 수심에 잠겨있는 것일까?

작자 자신이 그린바 있는 그 서글프고도 뜨겁게 불타는 듯한 눈을 가진

한 장의 초상을 연상케 한다.

거울 속의 나와 실재하는 나 사이를 막고 있는 것은 한 장의 얇은 유리지만 깊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나를 나 자신이 진찰할 수 없으니 딱하다.

한글의 관례인 띄어쓰기를 무시하여 상식이나 관례를 역행한다. 따라서 우리들은 주의를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몇 자 놓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어야겠다.

깃 발

유 치 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白鷺)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닮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단 줄을 안 그는.

 

** 주제- 맑고 깨끗한 세계에의 동경과 끝없는 애수.

현실에 대한 불만을 시인은 향수어린 손수건에 담아 날려 보내는 것이다.

고뇌하는 지식인인 작자는 이상을 추구하여 백로처럼 한껏 날개를 펴보지만, 현실의 장벽에 부딪힌 그의 마음은 슬프고도 애닯은 것임 을 독자는 알 수 있다.

높은 정신세계를 지향하여 산봉우리에 홀로 올라 우뚝 서 있는 시 인의 고고함이 인상 깊다.

 

 

  ** '시가 흐르는 상자'에 넣으려니 이번따라 '글쓰기'란이 없어 '사랑방 풍경'에 넣었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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