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 詩 鑑 賞 (一)
내 아내 ․ 2
서 정 주
내가 함부로 다루어서
고장나 잠긴 소리만 하는
헌 피아노만 같은 내 아내여.
거기에서 어떻게 무슨 재주로
으크크 으크크 같은
그런 웃음소리 같은 것도 빚어내는가?
참 신비하게는
간이 잘 맞는 내 아내여
** 해설 : 시도 많이 써보고 이런저런 세상살이 다 겪고 난 다음에는 달관이 이루어지는 것인지 이제는 미당이 시를 아주 쉽게 쓰는 것 같다.
우리 동양의 조강지처, 부모, 그것을 새삼 어여삐 여기는 심정에서 작자는 이 작품을 쓴 것이리라.
‘으크크 으크크 같은’은 우리가 웃기는 해도 어딘가 너무하는 느낌이 있지만 어쨌든 유우머러스한 시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金 永 郞 1935년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歸 家
이 준 영
귤이 한 무더기에
천원이요, 천원 ―
별이 한 무더기에
천원이요, 천원―
남대문 시장 입구의
과일 행상들 앞
오늘따라
<귤>을 사라는 소리가
<별>을 사라는 소리로 들린다.
아직 난청(難廳)은 아닌데―
땅을 쳐다보고 거닐다가
오랜만에 남산 타워 위
별들이 얼굴을 내미는
저녁하늘을 올려다 본
탓일까
귤 사라는 소리가
별 사라는 소리로 들림은―
그래서 종이봉지에
두어 아름 별을 사들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의 퇴근 길 대포는
생략한 채--
**해설 : 일정한 기일을 앞둔, 청탁에 의한 시작(詩作)은
자칫 꾸밈이 가미되는 作爲的인 시가 되기 쉽다.
그에 반해 <귀가>는 인스피레이션이라 하면 좀 거창하지만 어떤 예기치 않았던 모멘트에 의한 순수한 발상의 소품(小品)이다.
아끼는 작품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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