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시 감 상 (四)
序 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1941,11.20에 쓴 작품으로 민족시인이며 저항시인인 작자의 표표한 인생관을 보여준다.
대나무같이 곧은 정의감과 따뜻한 사랑을 품고서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려는 겸허한 자세이다.
별을 즐겨 노래하던 시인은, 일제에 끝까지 투쟁하다 순국한 민족의 자랑스런 별이었으며 지나칠 정도로 자신에 엄격하여, 항상 회오하고 괴로워하던 저항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1)>서두에 수록된 작품
어머니의 웃음
날이 맛도록
왼 데로 헤매노라
나른한 몸으로도
어둔 부엌에,
밥 짓는 어머니의 나보고 웃는 빙그레 웃음
내 어려 젖 먹을 때
무릅 위에다
나를 고이 안고서
늙음조차 모르던
그 웃음을 아직도
보는가 하니
외로움의 조금이
사라지고, 거기서
가는 기쁨이 비로소 온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 상 용. 1934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 이상적인 전원생활의 동경을 그 테에마로 하고 있으며
한 편, 우리나라 전원시의 좋은 예로 손꼽히기도 한다.
시의 제목과 첫 행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남으로 창을 내겠소’는 자연에 거역하지 않고 순리에 순응해서 살겠다는 건강하고 낙천적인 생의 윤리를 상징해 주고 있다. 또한 동양적인 무욕의 경지와 인생 달관의 경지가 나타나 있다. 특히 3연은 이 백의 산중문답에서 “대답 않고 빙긋 웃어주니 마음 절로 흥겹소(笑而不答)”와 비슷한 취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