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 시 감 상 (名 詩 鑑 賞) (三)
冬 天
미 당 서 정 주
내 마음 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눈썹을 소재로,
현실 속에서의 가치와 연모를 표현한 시.
무의미의 의미
朴 異 汶
하늘은 뜻이
없어
맑고
산들은 말이
없어
푸르고
꽃들은 생각이
없어
곱다.
그냥 맑고
그냥 푸르고
그냥 곱고
사람들은 생각이
있어 어둡고
생각은
있어
부산하고
사랑에 의미가
있어
괴롭고.
** 인간조건에 관한 시로 인간의 인간다운 조건을
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긍지인
동시에 저주가 될 수 있다.
의식이 없는 사물현상과 대조해서 생각할 때 두드러지게
의식되는 인간조건, 괴로운 인간조건을 구상화하려는 작품으로
이러한 생각의 배경에 禪佛敎에서 강조하는 침묵, 무의미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있다.
못을 박으며
조 창 환(曺 敞 煥)
어제는 소금으로 성모상을 닦았더니
이 아침 네 손바닥에 못질을 한다.
눈부신 사월 아침, 진달래 붉고
툇마루 한 뼘에도 핏자국 깊다.
내 뼈마디에 황토처럼 굳어진 녹
이 햇빛아래 타오르게 하리라고
이 아침 네 손바닥에 못질을 한다.
돌이킬 수 없음이여, 이 살로 못다 한 죄
깊이 못 박으며 네 눈을 본다.
햇빛 한 조각에 소스라치고
어린 자식들의 발 씻어주며
잔디에 주저앉아 못을 박는다.
못은 깊이 박혀 침묵을 이루었고
눈부신 이 침묵으로 그대를 일으킨다.
**개인적인 종교상의 고백을 넘어서서, 나를 사로잡고 있던 테에마는 ‘죄’와 ‘구원’이었다. 그것은 우리의 시대나 사회가 그 무력한 구성원 각자에게 덮어씌운 굴레이면서, 동시에 스스로 해방과 탈출과 구원을 갈망해야만 할 대명제로 맞서 있다.
깊이 뉘우치는 자가 참된 용기를 얻을 것이다.
이 부끄러움의 자백은 개인의 것이면서 사회적, 인류적인 것이고 그 구원의 통로는 ‘사랑’과 ‘용기’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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