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명시감상(三)

tlsdkssk 2008. 7. 15. 02:38

명 시 감 상 (名 詩 鑑 賞) (三)

冬 天

미 당 서 정 주

내 마음 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눈썹을 소재로,

현실 속에서의 가치와 연모를 표현한 시.

 

무의미의 의미

朴 異 汶

하늘은 뜻이

없어

맑고

산들은 말이

없어

푸르고

꽃들은 생각이

없어

곱다.

그냥 맑고

그냥 푸르고

그냥 곱고

사람들은 생각이

있어 어둡고

생각은

있어

부산하고

사랑에 의미가

있어

괴롭고.

 

** 인간조건에 관한 시로 인간의 인간다운 조건을

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긍지인

동시에 저주가 될 수 있다.

의식이 없는 사물현상과 대조해서 생각할 때 두드러지게

의식되는 인간조건, 괴로운 인간조건을 구상화하려는 작품으로

이러한 생각의 배경에 禪佛敎에서 강조하는 침묵, 무의미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있다.

 

못을 박으며

조 창 환(曺 敞 煥)

어제는 소금으로 성모상을 닦았더니

이 아침 네 손바닥에 못질을 한다.

눈부신 사월 아침, 진달래 붉고

툇마루 한 뼘에도 핏자국 깊다.

내 뼈마디에 황토처럼 굳어진 녹

이 햇빛아래 타오르게 하리라고

이 아침 네 손바닥에 못질을 한다.

돌이킬 수 없음이여, 이 살로 못다 한 죄

깊이 못 박으며 네 눈을 본다.

햇빛 한 조각에 소스라치고

어린 자식들의 발 씻어주며

잔디에 주저앉아 못을 박는다.

못은 깊이 박혀 침묵을 이루었고

눈부신 이 침묵으로 그대를 일으킨다.

 

**개인적인 종교상의 고백을 넘어서서, 나를 사로잡고 있던 테에마는 ‘죄’와 ‘구원’이었다. 그것은 우리의 시대나 사회가 그 무력한 구성원 각자에게 덮어씌운 굴레이면서, 동시에 스스로 해방과 탈출과 구원을 갈망해야만 할 대명제로 맞서 있다.

깊이 뉘우치는 자가 참된 용기를 얻을 것이다.

이 부끄러움의 자백은 개인의 것이면서 사회적, 인류적인 것이고 그 구원의 통로는 ‘사랑’과 ‘용기’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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