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청화각 마담

tlsdkssk 2006. 8. 4. 09:29

사방이 초록 기둥으로만 지어진 <청화각>이란 곳이 있어요.

그 곳엔 초록옷을 입지 않으면 절대 출입할 수가 없지요.

단 한명의 예외자가 있는데,  바로 이 청화각의 지배인이랍니다.

 

어느 날, 뜨게질을 아주 아주 잘 하는 거미 한 마리가 청화각으로 이사왔어요.

거미는  하루밤새 열심히 뜨개질을 하여

청화각 천정에 안개빛 베일을 씌어 놓았답니다.

물론 지배인의 허락도 없이 말예요.

초록 나라에 거미가 침범하다니, 지배인은 불쾌하단 목소리로 말했어요.

" 넌 누구냐? 누군데 남 허락도 없이 청화각을 더럽히느냐구?"

거미는 시침을 떼며 대답했지요.

"더럽히다뇨? 저는 이곳에 천정을 완성하러 온 예술가 랍니다."

"뭬야? 네가 예술가라고? 지나가던 개미가 웃느라 허리 동강나겠구나."

지배인은  거미가 지은 천정을 무자비하게 무너뜨렷습니다.

하지만 거미의 집념은 남달라 하룻밤새 또 천정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곤 지배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려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배인님, 청화각은 매우 아름다운 건축물임에 틀림 없지만, 

천정이 뻥~ 뚫려 있으니 마치 기둥만 남아 있는 그리스의 신전들 같지 않은가요? 

두고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여느 거미완 좀 다르지요.

여느 것들은 저처럼 천정을 아름다운 천정을 만들지 못한답니다.

두고 보세요, 저는 날것들이 이 아름다운 청화각으로 함부로 못 오게 해드릴 테니까요.

뿐인가요, 지배인님이 물을 조금만 떨어뜨려 주신다면

저는 그 물로 수정 샹들리에를 만들어 청화각 천정에 매달아 놓겠어요."

지배인은 그만 귀가 솔깃해 거미의 청을 들어주었답니다.

그러자 거미는 정말로 정말로 수정 구슬을 대롱대롱 매달아 놓는 거였어요.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지배인은 마음을 돌려

거미에게 <청화각 마담>이란 직분을 주었다나요.

 

 

 근데, 청화각이 어디 있느냐구요?

 아래 사진이 바로 청화각입니다.

선인장 종류인데 이름이 <청화각>이에요.

 콩새란 친구가 집들이 선물로 사다준 거지요.

실은 내가 그걸 사달라고 한거지만요.

청화각 지배인은? 그야  물론 나지요, 뭐.ㅋㅋㅋ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요.

이 거미는 고집이 심해 그물을 걷으면 그 즉시 만들어 놓는답니다.

보시다싶이 청화각에 물을 뿌려주면 수정꽃이 피어요.

 

 

그러니 어찌 이 거미를 추방하겠냐구요. 걍 마담으로 재직시켜

뜨개질 예술이나 실컨 하라고 해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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