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초록 기둥으로만 지어진 <청화각>이란 곳이 있어요.
그 곳엔 초록옷을 입지 않으면 절대 출입할 수가 없지요.
단 한명의 예외자가 있는데, 바로 이 청화각의 지배인이랍니다.
어느 날, 뜨게질을 아주 아주 잘 하는 거미 한 마리가 청화각으로 이사왔어요.
거미는 하루밤새 열심히 뜨개질을 하여
청화각 천정에 안개빛 베일을 씌어 놓았답니다.
물론 지배인의 허락도 없이 말예요.
초록 나라에 거미가 침범하다니, 지배인은 불쾌하단 목소리로 말했어요.
" 넌 누구냐? 누군데 남 허락도 없이 청화각을 더럽히느냐구?"
거미는 시침을 떼며 대답했지요.
"더럽히다뇨? 저는 이곳에 천정을 완성하러 온 예술가 랍니다."
"뭬야? 네가 예술가라고? 지나가던 개미가 웃느라 허리 동강나겠구나."
지배인은 거미가 지은 천정을 무자비하게 무너뜨렷습니다.
하지만 거미의 집념은 남달라 하룻밤새 또 천정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곤 지배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려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배인님, 청화각은 매우 아름다운 건축물임에 틀림 없지만,
천정이 뻥~ 뚫려 있으니 마치 기둥만 남아 있는 그리스의 신전들 같지 않은가요?
두고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여느 거미완 좀 다르지요.
여느 것들은 저처럼 천정을 아름다운 천정을 만들지 못한답니다.
두고 보세요, 저는 날것들이 이 아름다운 청화각으로 함부로 못 오게 해드릴 테니까요.
뿐인가요, 지배인님이 물을 조금만 떨어뜨려 주신다면
저는 그 물로 수정 샹들리에를 만들어 청화각 천정에 매달아 놓겠어요."
지배인은 그만 귀가 솔깃해 거미의 청을 들어주었답니다.
그러자 거미는 정말로 정말로 수정 구슬을 대롱대롱 매달아 놓는 거였어요.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지배인은 마음을 돌려
거미에게 <청화각 마담>이란 직분을 주었다나요.
근데, 청화각이 어디 있느냐구요?
아래 사진이 바로 청화각입니다.
선인장 종류인데 이름이 <청화각>이에요.
콩새란 친구가 집들이 선물로 사다준 거지요.
실은 내가 그걸 사달라고 한거지만요.
청화각 지배인은? 그야 물론 나지요, 뭐.ㅋㅋㅋ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요.
이 거미는 고집이 심해 그물을 걷으면 그 즉시 만들어 놓는답니다.
보시다싶이 청화각에 물을 뿌려주면 수정꽃이 피어요.
그러니 어찌 이 거미를 추방하겠냐구요. 걍 마담으로 재직시켜
뜨개질 예술이나 실컨 하라고 해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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