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대녀가 상경하여 우리집에서 나흘을 묶고 갔다.
나는 그녀가 순천으로 내려 간 후 10년도 넘게 해마다 순천에 가서
며칠씩 내 집처럼 뭉개다 오곤 했다.
내가 한참 곤경에 처해있던 시절에 만난 대녀라
서로 숨기고 어쩌고 할 것도 없다.
어느 친척이 이와 같으랴.
대녀를 배웅하는데, 놀이터에서 미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반가움에 "미루야~"부르니 녀석은 "야옹~"하고 대답한다.
녀석의 등을 어루어주면서, "미루야, 다음에 또 만나." 했더니,
녀석은 또 "야옹" 한다.
그 동안 나는 녀석이 먹기를 바라며 음식 쓰레기통 주변에
먹을 것을 슬쩍 놓아두곤 헀다.
그래서였을까, 녀석은 생각보다 마르지 않았다.
만약 비루먹고 뼈가 앙상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면
내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미루가 불행해 보이지 않았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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