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대녀는 가고, 미루는 오고

tlsdkssk 2006. 7. 30. 10:12

순천 대녀가 상경하여 우리집에서 나흘을 묶고 갔다.

나는 그녀가 순천으로 내려 간 후 10년도 넘게 해마다 순천에 가서

며칠씩 내 집처럼 뭉개다 오곤 했다.

내가 한참 곤경에 처해있던 시절에 만난 대녀라

서로 숨기고 어쩌고 할 것도 없다. 

어느 친척이 이와 같으랴.

 

대녀를 배웅하는데, 놀이터에서 미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반가움에 "미루야~"부르니 녀석은 "야옹~"하고 대답한다.

녀석의 등을 어루어주면서, "미루야, 다음에 또 만나." 했더니,

녀석은 또 "야옹" 한다.

그 동안 나는 녀석이 먹기를 바라며 음식 쓰레기통 주변에

먹을 것을 슬쩍 놓아두곤 헀다.

그래서였을까, 녀석은 생각보다 마르지 않았다.

만약 비루먹고 뼈가 앙상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면

내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미루가 불행해 보이지 않았던 것은.  

'내 마음 한자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존 버닝햄과 우리 둘  (0) 2006.08.02
청랑자의 신혼 여행  (0) 2006.08.01
[스크랩] 즐거운 보속  (0) 2006.07.24
뻔뻔한 오른 발  (0) 2006.07.23
하룻밤 인연  (0) 200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