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아름다운 초우 산방

tlsdkssk 2006. 7. 13. 12:48

 

초우 산방에 다녀왔다.

초우(草友) 장돈식 선생.

그분과 나는 글로써 만났으나, 연배로는 내 아버지뻘.

정신적 스승이자, 이따금 된소리 안 된소리 마구 해대는

마음 편한 친구이기도 하다.

이번엔 대구에 사는 둘리를 불러 함께 갔는데,   

산방으로 이끌고 갔던 지인을 꼽아보니 열 손가락이 넘는 것 같다.

내가 그들을 산방으로 이끌며 하는 말은 언제나 동일하다. 

살아 생전 꼭 만나봐야 할 분이라는 것.

자연과 교감하는 그 분의  모습과

세월을 초월한 그의 젊은 정신을 대하고나면  

사람들은 이의를 달지 않았고, 다녀온 이들은 누구나 큰 감동을 받는 듯 했다.

사진으로 보는 이 건물은 세번째 지어진 산방으로,

'불에  타지 않고, 주위의 자연과 조화 되며, 새집이지만 새집 같지 않을 것'이란

주인장의 까다로운 세가지 주문을 받아 지어진 독특한 건축물이다.

 

십여년 전의 그 날을 나는 잊지 못한다.

문인회의 세미나가 원주 치악산 휴양림에서 있었다.

초우선생의 <백운산방>은 치악산 휴양림 조금 못 미쳐 위치해 있었는데,

통나무로 지어진 전형적 산방이었다.

그 아름다운 산방은 중앙고속도로가 생기며 자리를 옮겨야 했다.

세미나가 있던 날 초우 선생은,

인부들과 함께 손수 등짐을 져 나르며 지었던(차로 운반항 길이 없었기에) 산방에 대한

각별한 사연과 미련 때문에 건물을 고스란히 땅밑에 묻고 말겠다며 눈시울을 붉히셨다.

 

그 뒤 다시 윗 동네에 지어진 산방은

숱한 세월 수 많은 방문객들을 불러 들이며

찾는 이에게 기쁨과 안식과 위로을 선사하였다.

산방 마당 바로 앞엔 철철소리를 내며 계곡물이 흐른다.

산과 계곡을 두루 껴안은 산방엔 찾아 오는 산짐승과 새들 또한 많기에

초우는 그들의 친구이자 어버이요 때로는 구세주였다.

선생의 글 중엔 산 생활을 소재로 한 수 많은 명수필이 있다.

 

이 아름다운 산방이 뜻하지 않은 화재를 당했다.

작년 봄이었던가, 그날 나는 산방에 가기로 되어 있었다.

한데 새벽같이 핸드폰이 울렸다.

산방에 화재가 났다는 것이다.

마침 집안엔 아무도 없었기에 인명 피해는 없었단다.

그날의 놀라움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으랴.

모든 것이 하나도 남김없이 깡그리 타버렸단다. 

건진 것은 단 하나, 나의 졸저 <장미와 미꾸라지>였다며

선생은 쓸쓸히 웃으셨다.

 

살아 생전 그 분을 만난 것은 분명 대단한 축복에 속한다.

만남도 스치는 만남이 아니라 깊은 만남으로 이어졌으니

불교적으로 해석하면 전생부터 깊은 인연이 닿았는지 모를 일이다.

이따금 실없는 공상을 펼쳐볼 때가 있다.

후생에 선생과 내가 다시 만난다면, 어떤 사이로 만나는 게 좋을까?

사제 지간으로?

지인으로?

친구로?

부부로?

연인으로?

부녀(자)지간으로?

하나를 택하라면 지금 이대로가  좋다.

     

  

 

    

<새 집이지만 어딘가 퇴색된 듯한 느낌을 주는 백운산방>


 

< 산방의 우체통>

 

 

 

 

<야외용 식탁도 참으로 멋지다>  

 

 

<마당 바로 앞에 흐르는 계곡물. 이 계곡의 이름은 방그러니 계곡이다.

계곡은 바로  백운산으로 이어진다.>  

 

 

<화마에서 살아 남은 나의 졸저>


 

 

 

 

<오리 가족. 얘들은 야성화 하여 알들을 사람 모르는 곳에 낳아 놓는단다

텃밭에선 어미 닭이 병아리를 몰고 다니며 벌레를 잡아 먹이고 있었다> 

 

 

<주인장의 인심에 텃밭의 무공해 유기농 아채를 한 보따리나 땄다>

 


<쥐다래 앞에서 초우 선생님과 함께. 와인 한 잔에 내 얼굴이 불콰하다>

 


<손님에게 늘 대접하는 초우표 돼지갈비바베큐> 


 

<삭단은 늘 단순하다. 텃밭의 채소, 과일, 원두 커피, 그리고 와인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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