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흐리고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까지 불었지만
오늘도 애나강변으로 산보를 나갔다.
금방이라도 내려앉을듯한 회색빛 하늘 아래
야생초들은 더욱 생기 머금은 초록빛을 내뿜고 있었다.
이따금 뿌리는 빗발이 고인 물 위에 크고 작은 동그라미를 그려 놓는가 하면,
바람이 불 때면 고인 물 위엔 즉석 추상화가 그려지곤 했다.
난 빨리 걸을 수가 없었다.
수 많은 야생초들이 내 발 아래서, 내 허리 아래서 나를 부르며 말을 걸어오지 않는가.
나도 그들에게 하나하나 눈길을 주며 이름을 불러주었다.
넌 강아지풀, 넌 클로바, 넌 개망초, 넌 쑥, 넌 엉겅퀴, 넌 명아주, 넌 수레꽃,
넌 달맞이꽃, 넌 민들레, 넌 산딸기, 넌......
나는 곧 말문이 막혀버렸다. 내가 아는 야생초의 이름은 그리 많지가 않은 것이다.
흥미로운 건 중랑천변이라는 한정구역인데도 동류의 야생초들이 몇 종류로
분포되어 있다는 점이다.
가령 클로바만 하여도 잎이 큰 것, 작은 것, 아주 작은 것,
꽃이 보라색인 것, 흰 것 등 종류가 나뉘어지고,
명아주도 몇 종류나 되었다. 물론 강아지 풀이나 다른 풀들도 그러했다.
다시는 돌아보지 않겠다던 산딸기를 오늘은 원 없이 따먹었다.
사람들이 뜸해선가 산딸기 열매가 여기저기 불거져 곧 쏟아져 내릴 듯 했다.
산딸기 열매도 어떤 것은 자잘하게 박혀 있고 어떤 것은 알갱이가 보속알처럼 굵다.
지니고 있던 우산으로 덤불을 들치니 루비 알갱이처럼 새빨갛게 익은 산딸기가 수두룩하다.
내린 비로 물이 불어 흙탕을 이루며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다가,
불어오는 바람을 온 몸으로 맞다가,
풀 잎 하나 뜯어 싱그러운 풀 향기를 맡다가,
수십 수백씩 무리지어 다니는 참새떼들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 아, 행복해~ 이 동네가 너무 좋아."
하였다.
여름 지나 가을이 되면 나는 베낭하나 걸쳐 매고 이 강을 따라 하염없이 걸으련다.
뚝섬도 갈 수 있고, 의정부까지도 간다했으니 들길 따라 강 길 따라 하염없이 걸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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