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남편 발 두번 씻겨주기/ 남편과 10번 데이트하기

tlsdkssk 2006. 7. 8. 06:42

어제 남편과 k 신부님께 다녀왔다.

나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그는 천식으로 숨울 색색거리는 상황인데도 예산행을 강행했다.

13년치 고해성사의 마무리도 남은 데다가

오랜만에 남편과  신부님을 상봉시키고 싶어서였다.

 

지난번  신부님이 보속으로 내주신 남편 발 두번 씻어주기는 실패로 끝났다.

아로마 향 오일까지 보여주며 기분좋게 발맛사지 해주고 족욕을 시켜주겠다고 꼬시는데도 

막무가내로 싫다하니 어쩌겠는가. 

어제 나는 신부님께 발씻어주는 일이야 10번이라도 할 수 있지만

남편이 좋아하지 않아 어렵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신부님은 대신 남편과 데이트를 10번하라고 하신다.

신부님다운 특이한 보속.

신부님 말씀대로 앞으로 남편과 최소 10번의 데이트 시간을 갖겠다.

형식적이 아닌 그를  위한 시간을 내어보겠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당분간은 힘들 것 같다.

남편은 요즘 건강이 아주 안 좋으니까.

오늘은 그와 함께 아파트 공원을 거닐며 한동안 벤치에 앉아 있기도 했다.

참새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스토커처럼 어느  참새 한 마리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참새가 눈에 들어왔다.

피하면 쫓아가고, 피하면 또 다가가고... 그러기를 10번도 더 하더니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시력이 나쁜 남편에게 일일이 중계방송을 해주었다.

"잰 스토컨가봐. 싫다는데 자꾸 쫓아다니네. 에구 못말리는 놈이네...."

"비가 와서 저기 잔디밭 가운데 작은 못이 생겼는데, 참새들이이 공동 목욕탕으로 사용하는  중이야."

 

어제 우리는 따로따로 신부님과 독대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밖으로 나가 과수원의 굵어진 사과알을 들여다 보고

고양이들을(지난번에 배가 불러 있던 고양이가  그새 새끼를 6마리나 낳았지 뭔가) 구경하는 동안

남편은 신부님과 무슨 얘기를 나누다 눈물을 흘리며 나갔노라고 식복사 아주머니가 귀뜸한다.

나도 신부님과  대화를 나누다 울고 말았다. 

어제 우리는 둘다 울기 위해 그곳을 찾았던 것일까.

신부님은 별 말씀 없이 묵묵히 듣고만 계시는데, 난 연신 크리넥스를 꺼내 코를 팽팽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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