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욕심

tlsdkssk 2006. 7. 4. 19:01

내가 자주 거니는 애나강(중랑천)변에는

산딸기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하지만 이 길을 찾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그 널린 딸기가 내 차례가 되는 적은 없었다.

산보를 하면서 내일이면 알맞게 익겠거니 눈여겨 둔 것들이

다음 날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으니까.

산딸기를 찾는 것은 사람들만이 아닐지 모른다.

강변엔 참새들도 많으니 새들도 딸기를 보며 군침을 삼킬런지 모를 일이다.

 

비가 와선가 오늘은 웬일로  모처럼 아무도 손대지 않은 산딸기를 발견했다.

걸음을 멈추고 언덕에 올라 산딸기 열매를 몇 개 따모았다.

열매의 색으로 보아 아직 덜 익은 것이 분명한데도  나는 누가 따갈 새라

설 익은 딸기를 따고  말았다.

입에 넣어보니 시고 떫고 단단한 것이 맛이 없었다.

예상치 못한 게 아니었다.

나는  곧 입안에 있던 산딸기를 퉤퉤 뱉았다.

이 무슨 욕심인가.

그냥 놔두었으면 누군가 맛이 든 딸기를 먹으며 기분이 좋았을 텐데,

아니라면 새라도 딸기 맛을 보았을 텐데,

그깟 딸기 몇 알이 무슨 대단한 거라고 나도 못 먹고 남도 못 먹게 했는지 모르겠다.

 

산딸기를 의식하면서부터 내 워킹 속도가 떨어졌다.

산딸기를 찾느라  눈이 가자미처럼 옆으로만 돌아가니 속도를 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번번이 산딸기도 못 따면서 본래의 목적인 운동조차 못하고 만다.

앞으론 딸기 숲을 바라보지 않겠다. 

오늘 보아둔 덜 익은  딸기도 포기 하겠다.

산딸기,

내가 다시 네게로 다가가면 네 가시로 나를 찌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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