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허리 굽혀 모종을 심었다.
토마토, 신선초, 고추, 상추.
원주 장 선생님이 바구니에 담아 직접 서울까지 들고 오신 것들이라
가슴이 찡하도록 감사할 뿐이다.
이사하고 며칠 뒤였다.
장샘께서 이사 선물로 무얼 해주랴 하시기에,
아파트 베란다에 고추와 상추를 몇 포기 심어 놓고 따 먹을 수 있게
모종 몇 포기만 보내달라고 청했다.
서울엔 이미 모종이 사라져 구할 수가 없었기에 선생님댁 밭에 있는
작물이라도 몇 포기 얻어 심었으면 했던 것이다.
선생께선 쾌히 택배로 보내주마 하셨는데, 며칠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얼마 뒤 연락이 오기를, 시장에 나가 모종을 찾아 보았으나 구할 수가 없어
당신이 씨앗을 사다가 싹내어 키운 것을 오늘 직접 들고 올 테니
동서울 터미널로 나오라는 것이었다.
택배로 부치면 작물이 상할까봐 직접 들고 오신다는 것이다.
이럴 수가.....무지 송구스러웠다. 무심히 말했던 내 말 한 마디에
팔십 넘은 노인이 그 고생을하시고 서울까지 오시다니....
동서을 커피숍에서 반시간 남짓 얼굴을 마주 하고 장샘은 원주로 내려가셨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바구니를 풀었다.
모종과 비료가 가득 들어 있었다.
"흙과 비료를 반반씩 섞어 줘요. 비료는 얘들의 양식이니까."
선생님 말씀대로 나는 큰 화분에 흙과 비료를 반반씩 섞어 모종들을 옮겨 심었다.
기존에 있었던 화분들과 며칠 전 문우 두 분에게 받은 화분들로 이미 베란다는 그득한데,
오늘 모종까지 심으니 완전히 아파트 텃밭이 되어버렸다.
창가에 비람이 분다.
고추도 상추도 토마토도 바람결에 흔들린다.
가슴이 뿌듯하고 찡해온다.
잘 키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