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제브라(얼룩말 무늬의 관상어) 한마리가 죽어 있었다.
딴 놈들은 동료의 죽음이 안중에도 없다는 듯 씽씽거리며 어항 속을 달리고 있다.
죽은 넘을 건져 내려 가까이 다가가자,
넘들은 내가 제 놈들 먹을 것 주러 왔는 줄 알고 한쪽으로 몰려든다.
나원참, 꼴통도 없는 주제에 먹을 것 주는 것만은 귀신같이 안다니까.
몇몇 관상어종을 길러봤지만, 제브라로 낙착을 보고 요즘은 제브라만 키우고 있는 중이다.
이넘 저넘 키워봤지만 제브라처럼 부담없이 잘 자라는 넘을 보지 못했다.
산소기를 장착한 것도 아니고 그저 며칠에 한번씩 묶은 물을 한 두공기 퍼내어 화초에 주고
새 물을 보충해 주는 정도인데도 넘들은 군소리가 없다.
크기래야 중멸치 만한 넘들.
웬 힘이 그리 넘쳐나는지 넘들은 언제나 씽씽쌩쌩.
성질도 난폭하여 종종 쌈질도 한다.
넘들은 잘 튀어나오는 바람에 어항엔 반드시 망을 씌어주어야 한다.
그만큼 힘이 넘쳐 난리부르스를 치며 사는 넘들이다.
그 넘들을 보는 게 몹시 즐겁다.
순간 나도 물고기가 되어 어항속을 달린다.
물고기의 힘은 정말 놀랍다.
며칠 전에도 제브라 한마리가 죽은 일이 있었다.
그 전날 고추벌레나방이를 잡아 제브라 먹이로 던져준 적이 있었는데,
넘들은 부족한 먹이를 놓고 박 터지는 경기(?)를 벌이더니,
끝내 한놈의 입으로 납짝 들어가고 말았다.
난 제브라 의사도 아니면서, 죽은 넘은 바로 나방이를 채간 그 넘일 게라고 생각했다.
혼자 급히 먹느라 체하여 급사한 거라고....
오늘 죽은 넘도 그날 나방을 급히 먹은 넘일까?
심정적 불교 신자인 나는 살생을 가급적 안하려 노력한다.
콩새의 엄닌 작은 날벌레도 안죽이셨다지만,
난 나를 괴롭히는 날벌레는 할수 없이 죽이기도 한다.
내쫓아도 도망가지 않고 나를 속 썩이는 넘들은 언젠가 내 손에 죽고 말지만
고통을 줄여주고자 되도록 단숨에 때려잡는다.
그 바람에 우리 집 걸레는 늘 벌레 시신 닦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상계동 집은 새로 수리한 집이라 요즘 나는 청결 유지에 전과 다른 성실성을 보이는 중이다.
때문에 같은 벌레라도 전과는 의미가 다르다.
파리채를 가까이 놓고 의자까지 동원해가면서 눈에 띄는 날버레는 잡아 족친다.
하지만 넘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아 대신 다른 생명(제브라)의 먹이로 주웠던 것이다.
"자, 날벌레야, 넌 이제 제브라로 환생하는 거다."
난 넘의 죽음을 애도하며 새로운 삶을 축복해주었다.
한데 그 축복때문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이따금 제브라가 죽어나갔다.
그래서 맘을 바꾸었다.
앞으론 날발레고 제브라고 죽으면 화초장을 지내주겠다고.
좀 전에 나는 티스픈에 제브라를 건져 내어 나의 정원(?)으로 나갔다.
켄챠야자, 스팟필름, 꽃기린 성인장, 게발 선인장, 아이비, 산세베리아....등을 돌아보며
어디에 묻어줄 것인가를 고심.
결국 꽃기린 선인장 화분에 묻어주었다.
선인장의 생명력이 강하기에 제브라가 선인장으로 거듭나면
그 또한 생명이 길어질 것이라 판단한 때문이었다.
사랑스런 제브라, 선인장이 되어 길이길이 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