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13년만의 고해성사

tlsdkssk 2006. 6. 27. 08:57

어제 드뎌 고해성사를 보았다.

13년만이다.

심층적 문제를 안고 있는 내용이라

아무 신부님께나 간단히 고백하기 싫었다.

게다가 난 그 문제를 두고 죄의식도 없었다.

그저 가슴 한 구석이 찜찜했을 뿐이었다.

한데 일반적으로 그걸 죄라고 하니 나는 나를 고발해야만 했다.

고해성사란 자기가 자기를 고발하는 형식을 취한다.

지난번에 신부님을 찾아 뵈었을 때, 형편상 이멜로 내용을 말씀드리겠노라고

한 적이 있었다. 신부님은 그러라고 하셨고, 나는 차일피일 하다가

어제서야 이메일로 고백하였다.

죄의식을 못 느낀다는 심정도 말씀드렸다.

 

내게 있어 매께비 신부님은 고해 신부론 최적격자가 아닌가 싶다.

30초반, 나의 오랜 냉담을 풀 수 있었던 건 고해성사 때

신부님이 들려주신 단 한마디의 말씀  때문이 아니었나.

또 한 분 레오 신부님이 계셨지만 그분은 이미 고인이 되셨다.

 

어제 내 고백에 대한 신부님의 답신은 이러했다.

철자가 틀려 독해가 아리송한 문장도 있었지만,

고백 잘 받았다.

고맙다. 고맙다(두 번이나 강조)

기쁘고 즐겁다(내가 13년만에 고해성사 본 것이 그렇다는 의미겠지)

고해성사 규율상 이곳까지 와서 풀어라.(고백은 들었으니 사제 앞에서 풀고 보속을 받으라는 의미겠지)

당장.(빨리 오라는 의미겠지)

애나를 사랑하는 매께비가.

 

다음 주에 날 잡아 예산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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