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도 넘은 것 같다,
밥 대신 우유에 씨리얼 말아 먹기 시작한 것이.
이런저런 번민으로 입맛을 잃어,
삼시 세끼 씨리얼만 먹어댔다.
내겐 본디 이상한 식습관이 있지 않던가.
뭐 하나 입에 당기면 계속 그것만 먹어대는 것.
하여, 몇 달전만 해도 한달 넘게 햄버거를
만들어 먹고 살았다.
씨리얼,
전에는 입에 대지 않았다.
한데 살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먹기 시작한 씨리얼이
제법 구미에 당기지 뭔가.
반찬 필요 없지,
젓갈질 할 필요 없지,
와자작 와자작 부숴지는 소리 재밌지,
밥은 입에 쓴데, 씨리얼은 달디 달지,
설겆이 간단하니 환경 오염 없지....
씨리얼을 먹으면 살이 찐다고 한다.
그 동안 밥을 제대로 챙기지 않았어도
5* kg 체중을 탄탄히 유지한 건
순전히 씨리얼 덕(탓)이 아닌가 한다.
며칠 전 부터는 장족의 발전을 하여
호박씨와 해바라기 씨앗을 혼합해 먹는다.
가끔은 데친 부로컬리도 곁들인다.
밥공기에 수북히 씨리얼을 담고
우유를 그득 부어 먹으면 한끼 식사 끝.
집에 있는 날이면 하루에도 댓번을 먹어댔으니,
탄수화물 과잉이 되겠다 싶어 오늘부터 자제하기로 했다.
'씨리얼의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옵시고,
씨리얼에서 나를 구하소서.' ^ ^
오늘은 한끼만 먹었으니 3/1의 성공.
그런데 실은 지금 또다시 강열한 유혹을 느낀다.
큰 대접에 씨리얼을 잔뜩 담고 우유 부어 와작와작
먹고 싶은~~~
호박씨고, 부로컬리고 다 그만 두고
오직 우유&씨리얼만 순수하게 먹고 싶다.
어느덧 씨리얼 중독자가 되었나 보다.
그래도 겁나지 않는 까닭은,
머지 않아 씨리얼로부터
헤어날 수 있으리란 믿음 때문이다.
모든 건 끝이 있지 않던가.
행복이나 불행도, 사랑이나 미움도....
하물며 한낱 씨리얼 쯤이랴.
그간 씨리얼이 몸을 지탱해준 덕인가
잃었던 입맛이 되살아나는 중이다.
씨리얼을 물리칠 즈음이면
갖가지 봄나물에 밥을 썩썩비벼
볼이 메도록 먹게 될테지.
나는 또 모든 걸 훌훌 털고
마음의 새싹을 준비할 테지.
<이 정도로 먹는 날은 꽤 성찬인 셈이다.
부로컬리, 해바라기씨, 호박씨, 귤, 우유, 씨리얼>
![첨부이미지](https://t1.daumcdn.net/planet/fs5/18_2_6_26_sjNA_4820055_0_0.jpg?original&filename=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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