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새벽에 흘린 눈물

tlsdkssk 2006. 2. 17. 09:04

새벽 4시경.

인터넷으로 동화 한편을 읽었다.

왼손으론 마우스를 조종하며, 

오른 손엔 찐고구마를 들고 우물거리며  읽어내렸다.

정채봉의 오세암.

그런 동화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분의 글을 많이 읽지 못했다. 

몇년 전 천주교 주보의 <간장종지> 라는 난에

연재했던 짧은 글을 읽은 기억 밖에는.

그리고 사진으로 봤던 그분의 인상이 참으로

맑아보였다는 것 밖에는.

 

고아인 길손과 감이 남매(친남매는 아니지만)가 빚어내는

해맑은  동심 세계는 새벽 숲의  청정한 공기를  들이쉬듯

 깊이 빠져들게 하였다.

그러다 마침내 마지막 대목을 읽어내리며

고구마가 목에 걸리고 말았다.

 

<오후가 되어 장작불이 타올랐다.

연기는 곧게 하늘로 올라가서

흰구름과 함께 조용히 흘러갔다.

스님들은  모두 염불을 하였고,

다른 사람들은 일제히 절을 하였다.

감이만이 울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저 연기좀 붙들어줘요. 저 연기좀 붙들어 줘요....">

 

나도 어느새 감이가 되어 길손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 앞에 어른거리는 하얀 연기를 붙잡으려 하였다.

"저 연기좀 붙들어 줘요....."

흐흐흑,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한 동안 볼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씻고 또 씻었다.

눈물은 절제되지 않았다.

 

나는 뒤늦게 정채봉님을 뵌 것이다.

그분은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길손과 감이 속에 머물며 

내게 가르치고 계셨다. 

모름지기 문학이란, 동화란 이런 겁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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