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경.
인터넷으로 동화 한편을 읽었다.
왼손으론 마우스를 조종하며,
오른 손엔 찐고구마를 들고 우물거리며 읽어내렸다.
정채봉의 오세암.
그런 동화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분의 글을 많이 읽지 못했다.
몇년 전 천주교 주보의 <간장종지> 라는 난에
연재했던 짧은 글을 읽은 기억 밖에는.
그리고 사진으로 봤던 그분의 인상이 참으로
맑아보였다는 것 밖에는.
고아인 길손과 감이 남매(친남매는 아니지만)가 빚어내는
해맑은 동심 세계는 새벽 숲의 청정한 공기를 들이쉬듯
깊이 빠져들게 하였다.
그러다 마침내 마지막 대목을 읽어내리며
고구마가 목에 걸리고 말았다.
<오후가 되어 장작불이 타올랐다.
연기는 곧게 하늘로 올라가서
흰구름과 함께 조용히 흘러갔다.
스님들은 모두 염불을 하였고,
다른 사람들은 일제히 절을 하였다.
감이만이 울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저 연기좀 붙들어줘요. 저 연기좀 붙들어 줘요....">
나도 어느새 감이가 되어 길손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 앞에 어른거리는 하얀 연기를 붙잡으려 하였다.
"저 연기좀 붙들어 줘요....."
흐흐흑,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한 동안 볼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씻고 또 씻었다.
눈물은 절제되지 않았다.
나는 뒤늦게 정채봉님을 뵌 것이다.
그분은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길손과 감이 속에 머물며
내게 가르치고 계셨다.
모름지기 문학이란, 동화란 이런 겁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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