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생일.
강남의 <모리화>라는 중국요리점에서
가족들이 조촐하게 모였다.
이향방이라는 유명한 중국요리 달인이 하는 음식점이라,
음식 맛은 당근 훌륭.
한데 시종 내 시선을 끈 것은 사진에 나오는 <모리화>였다.
테이블에 셋팅되어 있는 커다란 물(와인)잔을 보는 순간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마른 쑥을 뭉쳐놓은 듯 왕눈깔사탕 크기의 덩어리가
잔속에 있지 않은가.
'이게 뭐지?' 하는 순간, 이쁜 아가씨가 선녀처럼 다가와
그 잔에 따근한 물을 부어준다.
궁굼증을 참지 못해 물어 보니, 그게 모리화란다.
모리화란 꽃이 있느냐고 되묻자, 재스민을 이용하여
꽃처럼 만든거라나.
알고보니 쟈스민차와 같은 것인데,
시간이 갈수록 꽃봉오리처럼 조금씩 벌어지며
은은한 향이 배어나오는 게 그야말로 예술이다.
그 품위로움과 아름다움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모리화는 팔기도 하는데, 가격이 다소 비싸다.
귀한 손을 불러내어 촛불 하나 밝혀 놓고,
모리화차 울어내며 청담을 나눈다면
삶이 향기로울 것 같다.
녹차처럼 거듭 우려내도 좋으니, 모리화차 한 잔 놓고
긴긴 밤인들 못 지새우리.
풍진 삶을 위무하는 건 굳이 한잔 술이 아니어도 좋으리.
나 같은 사람은 한 잔 술보다 모리화에 더 깊이 취할 것만 같다.
<가운데 흰 것이 재스민이다. 녹색과 붉은 것은 뭘 말린 건지 모르겠다>
<언니 가족이라곤 국내에 있는 아들밖에 없어 몹시 쓸쓸했다. 동생네 조카들도 모두들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친정 엄니도 편찮아서 집에 계시고... 모리화의 향이 그나마 쓸쓸한 자리를 메꿔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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