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울 산행 클럽 등산을 가지 않았다.
원래는 혼자 조용히 북한산에 오르기로 했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개인 행동을 한다는 건 아무래도 구속력이 없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대신 남편과 영화를 보고 한강을 찾았다.
날이 맑아 쪽빛 물색이 얼마나 곱던지 사진을 몇 장 박았다.
산행을 못했으니 강변 길이라도 오래 걷고 싶었는데,
남편이 옆에서 춥다고 투덜거려 그 또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먼저 가라고 하고 나 혼자 더 걷다 올 것을....
늘 홀로 산행을 하였으니, 오늘은 그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머리결이 얼굴을 스치는 게
간지럽고도 상큼하다.
눈길이 자꾸 푸른 강폭으로 쏠린다.
물빛이 푸른 건 하늘의 빛을 받아서가 아니라,
하늘이 되레 물빛을 받아 푸르른 것 같다.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니,
연이 철새처럼 무리지어 나르고 있다.
나는 잠시 강변의 정취에 취하고 만다.
바람은 여전히 차갑지만, 그 바람 속에는
봄의 전령이 숨어 있을 터.
봄은 언제나 내숭을 떨며 수줍게 다가오지 않던가.
겨울의 잔등에 숨어 오지 않을 듯 애를 태운다.
입춘엔 입춘 추위, 꽃 필 무렵엔 꽃샘 추위로
우리를 움추리게 한다.
분명한 건 그래도 봄은 온다는 사실.
요 며칠 기분이 하도 시궁창 같아 머리나 싹뚝 자를까
생각했는데, 걍 놔둬야겠다.
더 늙기 전에 한번만 더 길러보자.
더 늙기 전이라?
실은 벌써 늙었는데, 젊은 애가 내 소릴 들으면
착각은 자유라며 웃을지도 모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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