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토우치 자쿠코,
한 때 그녀의 글을 좋아했다.
십여년 전 우연히 손에 들게된 한 일본 여성의 책은,
필자의 사상을 접하기엔 너무도 축약된 것이어서
아쉬움이 컸지만, 시종 공감하며 읽은 기억이 있다.
새벽녘에 눈이 뜨여 다시 그 책을 손에 드니 구구절절
밑줄 그은 부분이 보인다.
<사랑이 이루어져 이미 그 사랑에 길들여진 후,
서로에게 어떤 신선함과 놀라움도 느끼지 않게 되었을 즈음,
아니, 양쪽 다가 아니라 한쪽일 경우라도,
그 사랑이 식어버린 뒤론 이미 성장을 도우려는
노력은 잃어버리게 된다.
사랑의 신비함은 그러한 처방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사랑이 식었다고 느꼈을 때는
예전처럼 습관이나 임시변통으로 얼버무리지 말고,
미련없이 헤어져 버리는 게 좋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성장하고 싶어하는 자,
혹은 어떤 도움을 받고자 하는 천성을 가진 사람에 한한다....>
<간통하는 부인들의 공통점은 언제나 자신의 운명을
체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들 대부분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녀들은 주변의 비속함에 대한 혐오를 느끼는 섬세한 마음과
예리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위선을 본능적으로 증오하고 있다.
감동하는 부드럽고 뜨거운 마음을 지니고 있다.
동시에 사랑 앞에서는 자신을 텅 비우고,
상대에게 쏟아 부으려는 헌신적인 정열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강한 정신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
*
세토우치 자쿠코는 1922년에 태어나
일본 현대 문학의 기수가 된 후 1973년에 출가(出家)하였다.
'민혜의 골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것은 별처럼 멀다 (0) | 2006.03.26 |
---|---|
내 남자 친구의 전화 (0) | 2005.12.05 |
내 가슴속의 장미 문신 (0) | 2005.10.27 |
청첩장 (0) | 2005.10.10 |
이 세상에 없는 문자(文字) (0) | 2005.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