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의 골방

다시 읽는 <세토우치 자쿠코>

tlsdkssk 2005. 11. 29. 05:26

세토우치 자쿠코,

한 때 그녀의 글을 좋아했다.

십여년 전 우연히 손에 들게된 한 일본 여성의 책은,

필자의 사상을 접하기엔 너무도 축약된 것이어서

아쉬움이 컸지만, 시종 공감하며 읽은 기억이 있다.

새벽녘에 눈이 뜨여 다시 그 책을 손에 드니 구구절절

밑줄 그은 부분이 보인다.

 

<사랑이 이루어져 이미 그 사랑에 길들여진 후,

서로에게 어떤 신선함과 놀라움도 느끼지 않게 되었을 즈음,

아니, 양쪽 다가 아니라 한쪽일 경우라도,

그 사랑이 식어버린 뒤론 이미 성장을 도우려는

노력은 잃어버리게  된다.

사랑의 신비함은 그러한 처방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사랑이 식었다고  느꼈을 때는 

예전처럼 습관이나 임시변통으로 얼버무리지 말고,

미련없이 헤어져 버리는 게 좋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성장하고 싶어하는 자,

혹은 어떤 도움을 받고자 하는 천성을 가진 사람에 한한다....>  

 

<간통하는 부인들의 공통점은 언제나 자신의 운명을

체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들 대부분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녀들은 주변의 비속함에 대한 혐오를 느끼는  섬세한 마음과

예리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위선을 본능적으로 증오하고 있다.

감동하는 부드럽고 뜨거운 마음을 지니고 있다.

동시에 사랑 앞에서는 자신을 텅 비우고,

상대에게 쏟아 부으려는 헌신적인 정열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강한 정신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

                                         *

세토우치 자쿠코는 1922년에 태어나

일본 현대 문학의 기수가 된 후 1973년에 출가(出家)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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