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공부를 할 적의 일이다.
교수님 사모님이 하루는 교수님께 묻더란다.
"여보, 엑설런트 스펠링이 어떻게 되지요?"
교수님은, 생각 안나면 걍 우리나라 말로 '엑설런트'라고
쓰라 하셨단다. 우리 말은 우수해서 웬만한 외국어도 다
표기할 수 있다고.
일본이나 중국은 사정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말로 표기할 수 있는 영어(외국어)는 무수히 많다.
피플, 애플, 러브, 키스, 카리스마, 키보드,
케세라세라, 안단테칸타빌레 .......
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도 많다.
불가능하다보니 써놓고보면 그 표현이나
표기가 전혀 엉망이 되고 만다.
가령 <참새가 짹짹 울었다(노래했다)>는 문장을 썼을 때,
참새 소리가 과연 짹짹하는가 말이다.
그 뿐이랴. 바람소리, 시냇물 소리, 낙수물 소리,
천둥 소리, 풍경 소리, 웃음 소리....등 도저히 문자로
나타낼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우리는 자신이 한 말을 남들이 잘못 옮길 때,
화를 내거나 속상해 한다.
"내가 언제 그랬어?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냐구?
전하려면 똑바로 전해!"
그러니, 새들이나 바람이나 천둥의 소리를
그대로 옮기지 못하는 것 역시 나로선 엄청 미안한 일이다.
글을 쓸 때 이런 일로 답답증을
느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특히 동화를 쓸 때는 의성어나 의태어의 사용이 많아지는데,
그때마다 여간 안타까운 게 아니다.
내가 자연의 소리를 유난히 사랑하기에
더 애가 타는 건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이 세상에 없는 문자를 만들고 싶어질까.
지금은 새벽,
머잖아 이름 모를 아침 새가
나를 창가로 불러 낼 것이다.
그 새는 참새가 아니라, 이름 모를 새이다.
그 새는 늘 아름답게 노래하건만,
나는 새의 소리를 하나도 적을 수가 없다.
정말이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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