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이가 사랑 고백을 해왔다.
학교 체육 선생님을 좋아한다나.
어제는 학교에서 만들어 온 쿠션을 가슴에 품고
안절부절 하지 못한다.
선생님께 드리고 싶다는 거였다.
"그렇게 드리고 싶으면 학교에서 드리지 그랬어?"했더니,
차마 부끄러워 드리지 못했단다.
핸펀이 있으면 선생님께 문자를 보내고 싶단다.
지금 학교에 계신지, 계시담 지금 학교 가서
전해드리고 오겠다는 거다.
아이의 눈빛이 하도 간절하여,
내 핸펀을 건네주며 말했다.
"문자 보내봐, 네 이름 밝히고."
"이모, 정말요?"
아이의 눈빛이 흑요석처럼 빛난다.
문자를 보낸 뒤, 이층 계단에 나란히 앉아
답신 문자가 뜨기를 기다렸다.
한데 아무리 기다려도 답신이 오지 않는다.
"퇴근 해서 운전 중인가?"
현*이는 애가 타서 쿠션을 더욱 세게 끌어 안는다.
요즘 애들은 선생님께 문자를 많이 보낸단다.
나는 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귀밑에 삐져 나온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현*이는 질색을 한다.
"이모, 이게 제 매력 포인트예요."
ㅎㅎㅎ 난 웃고 말았다. 방금 이부자리에서 나온 듯한
부스스한 머리가 제 딴에 의도한 연출이라니....
일을 마치고 집에 갈 시간이 되도록 문자는 오지 않았다.
시무룩한 현*이를 뒤로 하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선생님의 문자가 뜬다.
지금 퇴근하는 길이란다. 내일 학교에서 보자고.
나는 빨리 집에가서 쉬고 싶었지만,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곤 현*이를 살짝 불러내어,
문자가 왔다고 일러주었다.
"이모, 그것 땜에 일부러 다시 오셨어요?"
"그럼."
현*이는 감동 먹은 표정으로 날 한참 바라본다.
이 사실을 수녀님이 아시면 뭐라 하실라나.
그곳 아이들은 자기 역할을 못하거나 반칙하면
용돈을 깎인다.
혹시 내 급여도 깎이는 게 아닐까.
현*이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다.
엄마는 도망가고, 아빠는 새 여자 얻어 제 자식을
내버렸단다. 그런 현*에게 누군가를 사모할 수 있는
마음은 그 자체가 구원일지 모른다.
비록 얼마 안 있어 사위고 말 감정이지만,
중학생 현*이의 감정을 나는 존중해주고 싶었다.
반칙을 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