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스크랩] 雨裝山女 No1의 꿈

tlsdkssk 2005. 10. 13. 08:11

회원 번호 1번을 달고 보니,

내심 부담되는 점이 없지 않다.

산행 경력이라곤 거의 전무한 내가

왠지 맨 앞줄에 서 있는 기분이 들어서다.

생각을 바꿔본다.

학교 다닐 땐 키 순서로 번호를 정했으니,

No1 이란 여기서 가장 난쟁이라는 의미라고.

 

내가 가장 많이 오른 산이 있다면

단연 우리 동네 화곡동의 우장산이다. 

우장산은 높이도 낮으막한데다,

산의 흔적만 조금 남아 있는 작은 산이라,

'오른다'는 표현보다

'산책한다'는 말이 어울리는 산이다.

 

이 작은 동산을 수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린다.

남녀노소, 노약자도 오르고, 멍멍이들도 오른다.

때문에 우장산은 늘 버글거리고 말이 많다.

동네 아낙들의 수다 장소요, 노인들의 만남 장소인 것까지는

얼마든지 좋은데,  아침마다 귀청이 떨어지라

야호~를 질러대는 사람들을 보면

그만 발길을 되돌리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지난 여름부터 우장산 근방엔 대단지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었다.

때문에 우장산은 그 소음과 먼지까지 다 껴안고

오늘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난 벌써부터  걱정이 많다.

언제고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우장산은 사람들 발길에

닳아버리지 않을까.

야호를 질러대는 꼴불견들도 더 많이 늘어나겠지.

 

지금껏 내 주변엔 산에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만 있었다.

그 동안 지리산을 수 없이 찾았건만, 늘상 승용차를 타고

주차장 언저리만 맴돌다 왔을 뿐이다.

지리산이 발치에 있건만 산은 그저 '그림의 산'일 뿐.

 

이제 No1은 뒤늦은 꿈을 꾼다.

언제고  깊은 산 중에 안겨 님과 깊은 호흡을 나누고 싶다고.

북아메리카 원주민(그들은 인디언이란 말을 싫어한단다)의 어록 중엔,

무슨 소원을 2만 번 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으니,  

내 꿈도 이미 2만/1은 달성한 셈 아닐까.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관계로 인하여 존재한다.

산이 아무리 웅장한들, 나무 없이는 존재할 수 없고,

나무들 또한 나무와 나무들이 있을 때만 숲을 이룰 수 있다. 

만남이란 그래서 소중하다.

2만/1을 달성한 난장이의  꿈은 이 까페의 벗들로 인해

한층 더 가속이 붙을 것을 확신한다.

  

 

출처 : 雨裝山女 No1의 꿈
글쓴이 : 애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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