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내가 일터에 가지 않는다.
때문에 주말 음식은 주로 원장 수녀님이 장만하신다.
원장 수녀님은 한 요리 하신다고 할만큼
솜씨가 탁월하시다는데, 사회복지사 말로는
'양념으로 승부하는 분'이라고 한다.
그만큼 양념을 푸짐히 쓰고,
조미료도 아끼지 않으신다는 거다.
어제 가보니, 주말에 수녀님이 해놓고 가신
멸치 볶음이 있었다.
나도 단 음식을 좋아하긴 하지만,
수녀님의 멸치 볶음은
물엿과 설탕으로 범벅이 되어
꿀처럼 달았다.
물론 맛있었다.
복지사에게, 수녀님 식성을 물었더니,
정작 수녀님은 그 음식을 안드신단다.
위장도 좋지 않고,
식성도 다르시다는 거다.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거기에
그렇게 만드신다나.
내가 처음 그곳 주방을 돌아보았을 때,
커다란 미원 봉지를 보고 놀랐다.
요즘 웬만한 가정에선 미원 봉지가 사라진지 오래다.
맛소금 정도로 대치하거나, 그나마도 전혀
쓰지 않는 가정도 많다.
조미료가 가족들 건강을 해칱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만들다 보면, 요즘 우리들 입맛이 워낙 조미료에
길들여져 있기에, 조미료를 전혀 치지 않고는
맛내기가 다소 어려운 것들도 있다.
내 경험으론 춘장을 넣고 하는 짜장은 조미료가
약간은 들어가야 춘장의 특유의 틉틉한 맛이
가시고 감칠맛이 나는 것 같았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중국집에선
미원을 들이 붓는다고 할만큼 많이 쓴다고 한다.
후덕하고 인자한 수녀님을 비난하자는 얘기가 아니나,
나는 조미료를 많이 쓰고, 패스트 푸드 재료를 넘치도록
사다 놓는 수녀님께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수녀님, 엄마들은 자기 아이들 이렇게 안 먹여요.
조미료에 길들여진 아이들 입맛을
제가 바꿔 놓고 싶습니다" 라고.
어제는 사무국장 수녀님께 고구마를 사다 놓으시라 했다.
라면, 인스턴트 만두나 튀김 음식 대신,
간간이 찐고구마나 찐 감자를 간식으로 내주겠다.
가공하지 않아도 자연 그대로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차려주고 싶은 게다.
지난 금욜 물김치를 담근 것은 냬 계획에 대한
포석이었다.
*
(작년에 나는 초우 선생님이 보내주신 고구마를
두 달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은 적이 있었다.
거의 주식삼아 먹었는데, 고구마가 하도 맛이 있어,
때론 밥은 제쳐 놓고 고구마와 물김치만 먹은 적도 많았다.
좀 뭣한 얘기나, 고구마를 먹기 시작한지 얼마쯤 되었을 때,
난 드물게 훌륭한 변을 보았다.
알맞은 점도, 고운 색깔, 큰실한 굵기...
고구마의 위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난 아침마다 쾌변을 보며 원더풀! 엑설런트!..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