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꿈속의 꿈

tlsdkssk 2005. 10. 8. 03:35

꿈 속에서 꿈을 꾸었다.

꿈을 전혀 꾸지 않는 사람들은(실은 모두가 꿈을 꾸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잘 이해가 안 갈테지만,

나는 이따금 꿈속에서 또  꿈을 꾸기도 한다.

언젠가는 꿈속의 꿈을 세 차례나 꾸는 바람에

꿈속에서 세번이나 잠을 깨어야 했다.

첨엔 무서운 악몽이었다.

 

인간은 실생활에서도 극도로 기쁘거나 

황당한 일을 당하면, 꿈이 아니기를 바라거나,

차라리 꿈이기를 원하기도 한다.

꿈속에서  악몽에 시달릴 때면 어릴 땐 순진하게

당하고만 있었지만, 언젠가부터는 즉각 내게 말한다.

'이건 꿈이야. 그러니 어서 잠을 깨도록 해!'라고

 

 그날도 나는 내게 명령했다.

'어서 눈을 떠, 속지 말아, 이건 악몽이야!'

그리하여 눈을 떴다. 한데 잠시후 또 다른 꿈이

지속되는 게 아닌가. 그 또한 또 다른 악몽이었다.

나는 현명하게도(?) 내게 계속 명했다.

'눈을 떠, 꿈속의 꿈을 꾸었구나. 어서 눈을 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렴. 그래야 꿈이 안 꿔지지.' 

 

나는 내가 이르는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니 악몽은 사라지고, 웬 낯모를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어, 그들과 한참 얘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나중에 진짜로 잠을 깨고 보니

그 또한 꿈이 아닌가.

중첩되는 꿈속의 꿈이라니, 느낌이 참 묘했다.

 

개인차가 있겠으나, 인간은 24시간 주어진

하루 중에 일정 시간을 잠으로 보낸다.

잠도 삶의 일부라면, 그 일부의 삶 속에서 벌어지는

꿈 또한 삶의 한 조각임에 분명하다.

비현실의 현실이라고나 할까.

 

어제 나는 일터까지 우산을 받고  걸었다.

내가 받은 검정 우산은 내 시야를

적당히 차단하는 것이어서 온갖 상념을 펼치기에 좋았다.

차들이 빵빵대든, 사람들이 지나가든, 우산은 캡슐처럼

나를 그들로 부터 독립시켜 주었다.

게다가 가을비의 음향 효과까지...

 

그래설까, 나는 10가지 행복한 꿈을 꾸었다.

40여분 걸으며 현실에선 이루지 못한

10가지 공상을 한 것이다.

그야말로 백주(白晝)의 몽상이었다.

아마도 나는 빙그시 웃었으리.

이따금 고개를 갸웃하기도 하면서.

어쩌면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으리.  

이게 평소 내 모습이니 말이다.

(겉보기로 치자면 정신이상자나  나나

별반 차이가 없을지 모르나, 차이는 분명 있다.

나는 이런 나를 의식하고 있으며

언제든 통제가 가능하니 말이다.)

 

공상을 즐기는 나는 한낱 몽상가인가.

현실에 뿌리 박지 못한  위험한 인간인가.

그래, 일부는 인정하마.

오직 현실의 이득만을 바라봤다면

이 나이에 동화를 쓰고 싶어 하겠는가.

그렇다고 내가 몽상가란 말인가.

 

나는 그렇진 않다고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서 나를 변호한다.

벗들이여,  인생을 일컬어 일장춘몽이라

하지 않는가.

나는 그 춘몽 속에서 잠시 또 다른 꿈을

꾸어본 것 뿐일세, 라고.    

'내 마음 한자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땡큐, 우장산  (0) 2005.10.08
서샘님과 낭키에게  (0) 2005.10.08
모연샘니임~  (0) 2005.10.06
물이 좋군  (0) 2005.10.06
수녀님도 도둑이 되다  (0) 200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