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섣불리 위로하려 들지마라

tlsdkssk 2005. 9. 29. 20:49

사무국장 수녀님과 화곡동 성당의 크라잉룸에 대한

얘기를 잠깐 나눴다.

수녀님도 언젠가 성당에서  홀로

운 적이 있으시다고 한다.

집안에 얽힌 상처를 회상하다가

눈물이 터져 흐느끼는데,

한 수녀님이 다가오더니 울지말라며

나름대로  위로를 하더란 것이다.

그 바람에 마음껏 울지 못하고 눈물은 가슴속에

그냥 남아 있었다는 얘기였다. 

 

내가 당한 일도 아니면서

섣불리 위로하려 들었던 그 수녀님이 나는 조금

원망스러웠다. 상대가 도움을 청하지 않는 한,

울고 싶은 사람은 울게 내버려 둬야 하지 않을까.

슬픔이나 고통중에 있는 사람을

섣불리 위로하려들다가는 되레 당사자를

거추장스럽게 하거나 또 다른 상처를

안겨줄 수도 있다.

하기에 차라리 침묵하며 지켜보는 게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당사자가 도움을 청하거나, 무슨 말을 나누고

싶어한다면 모를까, 그 외에는 가만히 기다려 줄 일이다.

 

설령 도움을 청해와도 많은 말은 삼가야 한다.

우는 이의 손을 가만히 손을 잡아준다거나,

어깨를 보듬어 주는 게

열 마디의 위로보다  더 많은 위로를 줄 수 있을 테니까.

 

기실 극한의 슬픔이나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에게

던져주는 몇 마디의 위로가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눈물도 일종의 배설 행위라고 볼 때,

가슴에 고인 아픔이나 고통이 눈물로 씻겨져 나오는

과정은 당사자에겐 좋은 치료가 될 것이다.

 

또한 인간의 내밀한 고통은 어느 누구도

당사자만큼 공감하거나 헤아릴 수 없는 거기에

고통을 나눈다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인간은 자기 문제의 해답을 스스로 찾아내기 마련이다.

누군가 충고나 조언을 해준다 한들

결정은 본인이 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므로, 

섣불리 위로하려 들지 말 것이며,

상대방이 입을 열 때까지 함부로 채근해선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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