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국장 수녀님과 화곡동 성당의 크라잉룸에 대한
얘기를 잠깐 나눴다.
수녀님도 언젠가 성당에서 홀로
운 적이 있으시다고 한다.
집안에 얽힌 상처를 회상하다가
눈물이 터져 흐느끼는데,
한 수녀님이 다가오더니 울지말라며
나름대로 위로를 하더란 것이다.
그 바람에 마음껏 울지 못하고 눈물은 가슴속에
그냥 남아 있었다는 얘기였다.
내가 당한 일도 아니면서
섣불리 위로하려 들었던 그 수녀님이 나는 조금
원망스러웠다. 상대가 도움을 청하지 않는 한,
울고 싶은 사람은 울게 내버려 둬야 하지 않을까.
슬픔이나 고통중에 있는 사람을
섣불리 위로하려들다가는 되레 당사자를
거추장스럽게 하거나 또 다른 상처를
안겨줄 수도 있다.
하기에 차라리 침묵하며 지켜보는 게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당사자가 도움을 청하거나, 무슨 말을 나누고
싶어한다면 모를까, 그 외에는 가만히 기다려 줄 일이다.
설령 도움을 청해와도 많은 말은 삼가야 한다.
우는 이의 손을 가만히 손을 잡아준다거나,
어깨를 보듬어 주는 게
열 마디의 위로보다 더 많은 위로를 줄 수 있을 테니까.
기실 극한의 슬픔이나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에게
던져주는 몇 마디의 위로가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눈물도 일종의 배설 행위라고 볼 때,
가슴에 고인 아픔이나 고통이 눈물로 씻겨져 나오는
과정은 당사자에겐 좋은 치료가 될 것이다.
또한 인간의 내밀한 고통은 어느 누구도
당사자만큼 공감하거나 헤아릴 수 없는 거기에
고통을 나눈다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인간은 자기 문제의 해답을 스스로 찾아내기 마련이다.
누군가 충고나 조언을 해준다 한들
결정은 본인이 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므로,
섣불리 위로하려 들지 말 것이며,
상대방이 입을 열 때까지 함부로 채근해선 안될 일이다.
'내 마음 한자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쌀 벌레 잡는 공장 (0) | 2005.10.03 |
---|---|
창가의 토토 (0) | 2005.10.02 |
복통 (0) | 2005.09.29 |
맛있을 때 많이 먹어 (0) | 2005.09.28 |
보내지 못할 편지(모연 샘님께) (0) | 2005.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