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사시켰던 몸을 쉬고자 일찍 잠에 들었건만,
모기 땜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조금만 꿈쩍거리면 단잠에 들었을 걸,
귀찮아서 걍 누워버린 게 화근이었다.
하긴 자리에 누우며 갈등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모기약을 피워? 말어?'
했다가는,
오늘은 비가 많이 와서 모기 넘들 다 쓸려갔을 거야.
설령 있다고 해도 난 지금 넘 피곤해서
모기가 물어도 잘 잘거야.
생각해 봐.오늘 몇시간이나 걸었는지,
몇 시간이나 서 있었는지.
자그마치 3시간 걸었고, 3시간 서 있었어.
그러니까 토탈 6시간을 서 있었다구.
연세도 많은 아짐니께서 좀 오바한 거 아냐?
난 지금 손가락 까딱하기도 싫다구.
모기한테 좀 뜯기면 어때. 보시 좀 하지 뭐'
이러면서 10시쯤 잠 들었는데,
빌어먹을 모기 넘들. 뜯어도 넘 뜯는다.
그 넘들도 머릴 쓰는지, 저녁 무렵엔 쥐 죽은, 아니
모기 죽은 듯 잠잠하더니만,
잠들고 나니 몰려와 뜯는다.
넘들은 내 입술도 뜯고, 발가락도 뜯고, 종아리도 뜯고,
손등도 뜯고, 뺨도 뜯었다.
'메롱, 우리가 없는 줄 알았지롱? 어디 맛좀 볼까'
넘들은 어느 부위 피가 젤로 맛 좋은가 시식이라도 하듯
참으로 여러군데를 고루고루 뜯었다.
나는 넘들의 그 소리를 들으면서도 피곤하여 어쩌질 못했다.
이런 날은 좀 봐주면 안돼냐.
옆에 자는 남편이나 뜯을 것이지.
(넘들은 평소 나만 별스레 물었다.
울 남편 보다 내 피가 후레시한 건 우찌 알아가지고...)
왜냐면 그는 뜯어도 잘 자니까.
궁시렁 거리며 일어나보니 새벽 1시 반이다.
자고 나면 늘 그렇듯 베란다로 나가보았다.
하늘도 뜬눈으로 새고 있는 듯 새 하얗다.
우째 밤하늘이 검지 않고 저리 하얄꼬, 싶어 바라보니
하얀 구름들이 뭉게뭉게 온 하늘을 뒤덮고 있다.
오메, 저 아름다운 구름이여~
고통 끝에 누리는 이 황홀한 감미여~
장관이 넘 아름다워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이 좋은 구경을 즐긴 것도 다 모기 넘들 덕분이라고
자위를 해본다..
홈키파 꽂아 놓고 다시 잠을 청해야지.
고연 넘들아, 이제부턴 이 몸이 그림의 떡, 아니 피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