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아일랜드

tlsdkssk 2005. 9. 11. 08:02

주말인 어제 영화 '아일랜드'를 보았다.

전 날 과로하여 혹시 졸지나 않을까 하고

우려 섞인 기분으로 극장 안으로 들어갔으나,

웬걸, 첨부터 눈이 반짝 해진다.

그 영화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었다.

물론 시놉시스 같은 걸 본 적도 없었고.

 

아들이 표 두장을  주며

'좀 무서울 거에요.' 했던 게 그 영화에 대한

정보의 모든 거였다.

 

영화는, 복제된 인간이 제품으로 거래되는

그리 머잖은 미래 사회를 다루고 있다. 

복제 양 '돌리'로 시작된 생명 복제는,

이제 가상의 현실이 아니기에  영화의 허구성에도 불구하고

무쟈게 현실감 나게 다가왔다.  

(에그머니, 성묘 갈 시간 다 되었네) 

                  * * *

(어제 다 못쓴 얘기를 덧붙이자면,)

영화 에서는,

인간의 장기(심장, 폐, 위장, 콩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보험상품처럼 마련해 둔

개개인의 복제 인간을 죽여

필요한 장기를 꺼내 쓴다.

 

그러던 어느 날,  링컨6-에코라는  불리는 제품(복제 인간)이

조직을 이탈하여 원래의 자기인  남자를 찾아 나서고 ,

그들은 서로 상봉 한다.

원래의 남자는 자신의 복제를 보는 순간 경악하나,

한편으론 필요한 장기를 꺼내 쓰지 못하게 될까봐,

자신의 분신인 복제 인간을 죽이려 한다. 

 

죽음을 피하고 싶은 건 모든 생명체에게 주어진

원초적 본능일 게다.

보다 건강히 오래 사는 것, 그리하여 영생까지 할 수 있는 것.

그에 대한 인간의 열망은  복제 인간의 탄생까지 내다 보게

해주었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줄곧 현재의 내가 복제된 제품이라면,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나는, 어느 날인가 내 몸의 필요한 장기를

제공하고자 죽임을 당해야 하는 운명이다.

그렇다면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복제 인간 역시도 생명체이기에

죽음을 거부하기는 마찬가지다.

설령 제품들의 의식을 마비시켜

그런 사고를 못하게 만든다 가정하더라도, 

장수로 인해 넘쳐나는 지구의 인간을

어찌 해결할 것인가. 

결국 다른 별나라로  이주 시켜

팽창하는 지구 인류를 줄일 것인가.

생명과학의 진보는 쌍날칼과도 같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 섣부른 진단이 시기상조일 수도 있겠지만,

이 지구상에서 영생하고 싶은 마음이 내게는 없다. 

 

영화 '아일랜드'는 극장을 나옴과 함께 잊혀지는

여느 영화와는 달리 수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하여 2시간여 동안, 나는 가상의 현실 속에서

줄곧 애를 태우고 분노하는  또 하나의 클론(복제 인간)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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