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일터에서 무려 40분이나 초과 근무를 하였다.
바깥 일을 보고 돌아오신 수녀님께서,
"안나씨, 여태 안 가셨어요?"
하며 놀라워 했을 때야 비로소 내가 있는 곳이
우리 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수선한 식품 선반 정리를 하다가,
착착 정리되는 즐거움에 빠지다 보니
그만 피곤한 것도 잊은 채 일에 몰두했던 것이다.
"ㅎㅎㅎ, 순간적으로 여기가 제 집인 줄 알고
집에 갈 생각을 못했어요."
라는 내 말에, 수녀님은 몹시 흐뭇한 듯 크게 웃으셨다.
성격이 다소 까다롭다고 알려진 수녀님인데,
어제 내가 그 분을 즐겁게 해드렸나 보다.
수녀님은 내 말이 기뻤는지, 다시 이멜을 보내오셨다.
'피곤하셨겠지만, 집처럼 생각하셨다니 참 좋습니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몸도 불편한 수녀님인데,
활짝 웃으시는 모습을 보니 내 기분이 더 즐거웠다.
기왕 하는 것이라면 일 하는 순간만큼은
그것이 전부인양 최선을 다할 일이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주어진 매 순간마다
정성을 다 한다면, 하루하루가 금강석처럼 반짝이지 않겠는가.
좀 더 나아가, 그날그날 마주치는 모든 이에게
그런 선심을 베풀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