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무릎에 찍힌 도장

tlsdkssk 2005. 9. 20. 07:18

지금 내 양쪽 무릎엔 장미빛 도장이 찍혀 있다.

난 '검'을 두 개나 받은 것이다.

 '검'이 뭔고 하니,

 

초둥학교 시절, 선생님은 숙제 검사를 하며

'검'이라고 된 파란 도장을 찍어 주셨다.

숙제를 엉터리로 해 온 아이들에겐 간혹 '검' 도장을

생략하시기도 하여, 노트에 '검'자가 찍혀야만

우린 안심이 되었다.  

 

어제, 남편 친구분들과 청계산 등산을 하였다.(울 남편은 불참)

이수봉, 매봉을 지나 과천 대공원 쪽으로 내려왔는데,

그만 바위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조금 굴렀다.

그로 인해 양쪽 무릎이 까지고, 몇 군데 멍이 들었지만

다행이 얼굴은 다치지 않았고,

삐거나 크게 잘 못 된 데도 없다.

 

샤워를 하며 몸을 살펴 보니 몸이 울긋불긋하다.

한데 나는 빙긋 웃음이 난다.

'검' 혹은 '참 잘했어요'라고 찍어주던

선생님의 숙제 검사도장이 떠오르며,

청계산이 내게 도장을 찍어주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까.

요만큼만 다친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서일까.

 

카키색 등산 바지에 찍힌 선명한 흙 도장 때문에

남편에게 어느 정도는 보고를 해야만 했다.

"바위에 미끄러져 넘어졌어" 라는 내 말에,

그는 눈이 휘둥그레 지며,

"많이 다쳤겠다."한다.

까진 팔은 숨길 수 없어 그대로 보여주고,

무릎은  상처가 약소한 왼쪽만 보여주며 싱긋 웃었다.

"워낙 잘 넘어져서, 겨우 이 정도  밖에 안 다쳤어."

 

내 몸의 상처보다도, 새 등산 바지에 찍힌 흙물 빼내느라

어제 수고 좀 했다.

암튼 안팎으로 확실한 검을 받았다.

등산이래야 동네 우장산 정도 오른 실력밖에 없는데,

인솔자였던 산꾼으로부터,

'기대 이상이다. 잘 걷는다'는 평을 들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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