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준비된 할머니

tlsdkssk 2005. 9. 10. 06:12

장차 손녀가 생기면 애칭을 '아띠'라 하겠다는

내 글을 읽고, 어떤 여인이 그 이름을 갈취(?)해 갔다.

나릿물과 아띠라는 말이 아름다워, 이미 자기 딸과

합의를 보았다나.

옆옆집에 살 것도 아니니 관대히(?) 봐주기로 했다.

언젠가는 나도 아띠 할망, 그녀도 아띠 할망이다. ^ ^

 

내 책장엔 10마리의 동물 인형들이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대기 중이다.

강아지(3), 새앙쥐(2) 곰돌이(5).

손주가 태어나 얼만큼쯤 자라면 

그 동물 인형을 가지고

즐겁게 놀아줄 생각으로, 지난 5월에 사들인 넘들이다. 

 

세마리의 강아지는 크기나 품종및 표정들이 각각 다르다.

찡그리는 넘, 눈빛을 초롱초롱 반짝이는 넘,

순진하게 손가락 빨고 있는 넘.

그 넘들은 각기 다른 역할을 하며

우리의 연극 놀이를 도와 줄 예비 스타들이자,

덧 뺄셈을 할 때 쓰일 소도구 들이다.

 

손주들 이쁜 건 자식 이쁜 것과 차원이 다르다고 한다.

의무나 책임감은 없고(?) 오직 사랑만 해주어도

되는 관계라 그런지 그렇게 이쁘다고 난리부르스다.

두 해전 할미가 된 문단의 어느 선배에게

얼마나 이쁘더냐 물었더니

치가 떨리도록 이쁘다나.

넘 이쁜 나머지 그만 온몸이 부르르 떨렸던 모양이다. 

 

인간은 부모가 되므로서 (자식을 통해)

인생을 두번 산다고 한다.

한데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된다면 

손주들을 통해 인생을 세 번 사는게 아닐까.

핵가족이 된 이즈음이라, 한 지붕 아래서

손주들의 재롱을  볼 기회는 적어졌지만,

어쩌다가 만나게 된다 하여도

난 준비된 할머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싶다.

색연필과 종이와 크레파스와 물감 등의

온갖 즐길 거리들을 준비해놓고

녀석과 함께 놀아줄 생각이다.

 

세월이 간다는 게 서글프기만 한 건 아닌가 보다.

앗기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게 인생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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