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늘 그 자리에 있었건만,
새벽 별을 바라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엊저녁의 울적함을 떨치기 위해 꿈길로 내뺐더니,
새벽 2시에 그예 눈이 떠진다.
하늘이 맑아선가, 베란다 창으로
별들이 눈에 들어 왔다.
유리 문을 열고 방충망도 제껴본다.
별은 한층 가까이 다가온다.
별은 늘 그랬듯 예서 제서 가물거리고 있다.
반짝인다기보다 가물가린다고 함이 가깝다.
내 눈은 태생적 원시.
본디 먼 것을 잘 보던 내 시력은
노안이 된 지금에도 그리 망가지지 않았는지
별과 별 사이나, 별자리와 별자리 틈새에 비밀스레
숨어 있는 작은 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낸다.
그때마다 내 가슴에도 별이 돋는다.
"아, 별이다!"
작은 탄성을 토하는 내 입에도 별이 돋는다.
별을 바라볼 때만은 나이랑 상관 없이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나는 두리번거리며 혹시나 있을지 모를 별똥별을 찾는다.
별똥별이 떨어지기 전에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을 믿는 치기가
아직 남아 있는 까닭이다.
한데 이게 웬일?.
왼편 하늘에서 별똥별 두개가
나란히 쌍으로 떠러지고 있지 않은가.
가슴이 뛴다.
세상에 태어나 이런 일은 처음 본다.
별똥별은 늘 내 소원을 다 빌기도 전에
떨어져 애를 태웠는데,
이번엔 이미 소원부터 빌고 있었으니
소원성취를 하게되는 것이렸다.
두개의 별똥별은 다소 천천히 떨어졌고,
희게 반짝이더니 낙하할수록 붉은 색을 내었다.
그러다 점점 커지며 한 순간
그 별들은 한쌍의 새가 되었다.
아아, 그건 별똥별이 아니라
한쌍의 하얀 새였던 게다.
붉은 빛은 거리의 불빛이 반사된 때문이었다.
새들은 별빛에 취해 신새벽이 되도록
사랑을 나누는 모양이었다.
내가 알기론 새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자연관찰에 일가견이 있는 초우 선생 말씀에 의하면
참새는 해뜨기 20분 전에 일어난단다. 또한
그 시각은 사계절 일정하여 변함이 없단다..
다른 새들이라고 하여 그리 큰 예외가 있진 않을텐데,
그 새들은 무슨 사연으로 밤이 이울도록 사랑을 나누는가.
그래, 그건 분명 사랑의 몸짓이었다.
우정이나 모정과는 전혀 다른,
한눈에도 운우지정의 이중주로 다가왔다.
이름을 모르니 나는 그들을 별똥새라고 불러본다.
별똥새는 다시 하늘로 놀라가 유영을 하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비록 별똥별은 아니었지만, 별똥별 보다 더 아름답고
상서로운(?) 별똥새를 본 것이다, 잠 못이루는 이 새벽에.
시계를 바라보니 바늘 두개가
12와 4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다.
별을 헤고 있는 사이 어느 덧 새벽 5시.
이제 별들은 다시 잠자러 들어가는 모양이다.
검은 장막은 빛을 잃고,
초롱하던 별들은 졸리운듯 게슴한 눈을 하고,
옅어오는 장막 사이로 하나 둘씩 몸을 감추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