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지대에 올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을 바라보면
거기서 무수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지붕 밑 사람들이 질러대는 희로애락의 소리.
고통과 불만과 슬픔을 하소하는 소리 말이다.
인간들은 고통이 찾아들 때마다,
초월자를 향해 울부짖기도 하고,
종교와 상관 없이 전생의 죄를 들먹인다.
언제나 침묵만 하는 신의 존재를 때로 원망스러워 한다.
허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신의 침묵이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만약 신이 매사에 응답하며 간섭한다면,
우리는 필경 가출 청소년마냥
그 분을 밀어내고 말았으리라.
"제발 입좀 다물어 주세욧!"
"제발 간섭좀 말아달라니까요"
하고 말이다.
이라크 전쟁의 참상을 바라보며 수 많은 사람들은
'신이 있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하며 신을 원망하였다.
신에 대한 원망은 개인사나 사회적 국가적 모든 현상을
총망라하여 퍼부어진다.
'신은 왜 내게(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가?'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자행되는가.
이 질문은 사람들이 흔히 퍼붓는 원망이다.
인간사를 돌아보면 무죄한 사람들의 고통이 분명히 있다.
아마도 그들의 고통은 그들을 보다 승화된 영혼으로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신의 포석인지도 모른다.
혹은 불가에서 말하는 전생의 티끌을 마저 닦기 위한
후속과정일지도....
허나 대다수는 우리 스스로가 초래한 고통이 더 많다.
자신의 무지나, 실수나, 우매함으로 초래된 고통을
몽땅 신에게 투사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간은 너무 큰 슬픔이나 기쁨 앞에서 할 말을 잃는다.
어이 없는 일을 당해도 입을 다물고,
때론 말로서 말이 많아지니 차라리 입을 봉한다.
하물며 신이랴.
아침마다 우장산에 오르면 영락없이 소리를 질러대는
괴물들이 있다.
야~호!,
아~~~~~~~~~~,
야~~~~~~~~
우장산은 고작 91.8m의 낮은 산이다.
그들이 소리를 질러댈 때마다 사람들은
모두 눈쌀을 찌푸리며 비난을 퍼붓는다.
그 꼴을 보다 못한 누군가가,
온 동네가 시끄러우니 야호하지 말라고,
점잖은 경고문을 붙여 놓기도 했지만,
괴물들은 어림반푼어치도 없다는 듯,
여전히 괴성을 질러댄다.
그 소리를 듣는 건만도 여간한 스트레스가 아닌데,
인간이 하늘을 향해 질러대는 육성과 마음의 원성까지
합한다면 신은 귀청이 떨어지다못해
미치고 싶으실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 아침은 새삼스레 침묵의 하느님이 감사하게 와닿는다.
억울하기로 따진다면 신은 0순위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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