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이어 오늘도 부천으로 등산을 갔다.
부천시 고강동에 가면, 나같은 왕초보 등산객에게
꼭 알맞은 산행 코스가 있다.
지난주엔 교우 A와 우중(雨中) 산행을 4시간 하고 왔는데,
그날로 자신감이 생겨 오늘은 남편과 함께 갔다.
남편은 지난주에 함께 갔던 교우보다도 더 굼뜬 바람에
도무지 산행을 계속 할 수 없었다.
결국 난 승질이 나서 남편을 버렸(?)다.
그리곤 나 홀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얼마후 핸뻔이 울리며 남편이 아이처럼 나를 찾는다.
"당신 어디 있는 거야?"
낸들 내가 있는 곳을 알겠는가.
"글쎄 나도 모르겠네. 여기가 어딘지.
그러니 당신도 그냥 걸어"
그러자, 그는 삐쳐가지고 집에 가겠단다.
난 암소리 안하고 전화를 껐다.
얼마 후 다시 따라라라라~~ 음악 벨이 울린다.
"지금은 어디야?"
남편의 물음에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오던 길로
돌아갈 테니, 적당한 곳에서 쉬고 있으라 하였다.
한데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산 길은 여기저기 뻗어 있어, 여긴가 싶으면 아니고,
저긴가 싶으면 역시 아니었다.
사람이라도 있으면 묻기라도 하겠는데,
그 많던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겁이 조금 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물이 없는 게 큰 문제다.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데, 물은 이미 바닥이 났으니....
대낮인 데다 얕으막한 산이라고
자신감을 가졌는데, 웬걸 산은 뺑뺑이 돌리듯
나를 마구 돌려 놓질 않는가.
그 덕에 오늘도 산행을 3시간 정도 하였다.
핸뻔 덕에 찢어졌던 우리 부부는 극적(?) 상봉을 하고,
나는 속으로, 다신 남편을 데리고 다니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였다.
그는 마치 어린애처럼 칭얼거린다.
아휴, 더워~ 어휴, 웬 놈들이 이렇게 무는 거야?
난 이런데 다신 안 올거야...
집으로 돌아오니 남편은 힘들다고 자리에 눕는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불과 한달 전만 해도 나는 아침 산책을
한시간여 하고 오면 피곤하여 방바닥에 길게 눕곤 했다.
그랬던 내가 한 달 새 체력이 많이 향상된 모양이다.
피곤하긴 커녕 기운이 넘쳐(?)
오후엔 광화문 교보에 나가
책 구경까지 하고 돌아왔다.
이 여름 내내 아무것도 못하고,
단지 매일 걷기만 하였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여름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다.
좌우간 한가지는 건지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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