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 내가 가장 먼저 좋아했던 풀이
강아지풀 아니었나 싶다.
특별히 아름다워서라기 보다,
모양새의 특이함과 감촉 때문이었을 게다.
이름도 하필 강아지라니, 어느 아이인들
쉽게 친해지지 않으랴.
야생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찌라도
강아지풀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 같다.
강아지 풀을 보고 한 번이라도
만져보지 않은 이도 없을 것 같다.
보송보송하면서도 제법 힘이 느껴지는 강아지풀의 털은
심심풀이 놀잇감으론 그만이다.
주먹 쥔 손에 올려 놓고 아기들 잼잼하듯 손을 놀리면
강아지풀은 손을 간지럽히며 앞으로 뒤로 움직이지 않던가.
아침 산책 길에 강아지 풀 하나를 뽑아들고 왔다.
와인 잔에 물을 담아 한가지 꽂았더니,
창으로 새어드는 바람에 살랑살랑 꼬리를 흔든다.
작고 귀여운 강아지가 꼬리 흔들 듯 보이는 게
새삼 보아도 귀엽고 사랑스런 풀이다.
(이 사진은 강아지풀은 아닌듯 하다. 스크렁인가 뭔가 하는,
강아지풀과 흡사하나 덩치가 더 큰 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