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J가 핸뻔으로 내게 물었다.
"어머니, 옥수수 좋아하세여?"
"좋아하다 마다...."
그러자 J는 강원도에 근무하는 친구를 통해
옥수수 한 상자를 보내왔다.
(에그, 이쁜 내 미래의 며늘, 고맙기도 하지)
방금 전 택배 상자를 개봉하는 순간,
첨엔 굵은 오이가 들어 있는 줄 알았다.
연두빛의 길죽길죽한 것이 가지런히 담겨 있지 않은가.
알고 보니 옥수수가 껍질에 포장(?)이 되어 있어
착시를 일으킨 거였다.
옥수수 껍질을 벗긴다.
한 겹도 아니고, 두 겹도 아니고, 세겹도 아니고.....
옥수수는 참으로 여러겹의 옷을 입었다.
속살을 드러내는 게 그리도 부끄러운가.
아니면 자신을 너무도 귀하디 귀하게 여기어
그리도 여러겹을 두른 것인가.
인내심을 발휘해야 옥수수 옷을 다 벗길수 있다.
신혼초야 새색시가 겹겹이 입은 옷도
옥수수에 비할 순 없으리라.
마침내 옷을 다 벗겼지만, 그 속엔 다시
미색 명주올 같은 실을 너울너울 드리우고 있다.
그걸 보고 옥수수 수염이라니 가당치 않다.
그처럼 곱고 부드러운 걸 어찌 수염이라고 부른담.
명주실 사이로 알알이 빛나는 미색 진주같은 알갱이들.
세상에 옥수수만큼 아름다운 열매도 드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