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어머니의 기도

tlsdkssk 2005. 8. 19. 07:03

어제 어머니에게 다녀왔다.

마음대로 운신하기 힘든 어머니는,

이여름 동안 징역살이 하듯 거의 집안에만 계셨다.

여름 더위가 어머니의 체력까지도 좀먹어들었는지,

바로 곁에 산을 두고도 오를 엄두를 못내신다.

 

종이학 1000마리 접기며,

신구약 성서 필사를 모두 끝낸 어머니는

이제 할일이 없어졌다며 이따금 한자 쓰기를 하신다.

내가 어머니 나이가 되면 어머니만큼 할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어머니를 쫓아갈 수 없을 것 같다.

 

그동안 삶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마다,

내가 의지하고 위로를 받은 건 내 어머니였다.

그렇다고  많은 얘기를 주고 받는 건 아니었다.

그냥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

엄마 곁에서 뒤궁굴며 한잠 자다 오는 게 전부였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곤 했다.

 

내가 힘든 내색을 좀처럼 하지 않아도,

어머니는 어미의 후각으로 딸의 냄새를 맡는다.

그리곤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힘들지? 내가 매일 널 위해 기도한다."

 

어제도 어머니는 무슨 말 끝에,

"네가 답답한 게 많을 거다. 매일 널 위해 기도한다."

하신다.

수없이 들은 말이건만 언제나, 처음인양 눈물이 돈다.

 

어제 내린 비로 오늘 아침은 제법 선선하다.

이제 머잖아 가을이 올 것이다.

한 계절이 가고 또다른 계절이 찾아들 때면,

어머니와 함께 할 시간이 줄어듦을 느끼며

가슴이 철렁해지곤 한다.

 

오늘 새벽에도 어머니는 나를 위해 기도하셨을 것이다.

하느님, 제 어머니에게 선종의 은혜를 하락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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