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우 좋아하는 것중의 하나가 이끼라는 식물이다.
이끼는 따로이 영토가 없다.
산속의 흙이나 바위, 나무 줄기나 화단의 응달진 곳,
도심의 시멘트 바닥이나 보도 불럭의 열악한 틈새,
기왓장이나 무너져 가는 불럭담장, 썩어가는 나무더미....
그 무엇도 가리지 않는다.
이끼는 수분을 좋아하는지라 물기가 부족하면
이내 죽은듯 스며들고 말지만, 천만의 말씀
한 줌 비라도 내려주면 이끼는 다시금 녹빛을 풀어내며
그 생명력을 드러낸다.
세상의 식물 중 가장 낮은 자리에 선 식물이 이끼가 아닐까.
가장 하찮은 자리에서 주변을 우단처럼 수 놓으며
산을 산 답게, 돌을 돌 답게
운치를 더해주며 장식하는 식물이다.
오늘 아침엔 우장산을 산보하며 이끼만 추적해 보았다.
이끼는 자신을 높이지 않기에
거의 모든 곳에 분포되어 있었다.
대지만큼 겸허한 식물, 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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