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무렵, 어느 신부님의 책을 읽고
한달정도 나홀로 '기억의 치유'란 걸 해본 적이 있다.
매일 일정 시간을 할애하여 마음을 다듬고
준비 기도를 올린 다음 기억의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모든 사람과 모든 사건을
낱낱이 떠올리며 혹시라도 내가 다른 이에게
주었을 상처와 내가 받은 상처를
떠올리며 그 상처 속에 머문 다음
그들과 나를 위해 참회하고 용서하며
치유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더듬고 더듬어 마침내 기억할 수 없는
아득한 과거(가령 아주 어린 시절이나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의 기억)에 이르면,
그 부분은 온전히 신에게 의탁한다.
그 과정을 겪다 보면,
가벼이 지나가는 치유도 있지만,
어떤 문제는 긴 시간을 요한다.
새삼 아픈 기억이 떠올라 눈물이 폭포를 이루기도 한다.
그 아픔을 지웠다고 여겨지기 전까지는 다른 기억으로
옮겨가지 않고 가만히 머물러 있는다.
내겐 그 시간들이 어찌나 은혜로웠는지
그 한달이 지난 뒤엔 영혼의 다이어트라도 한듯
마음이 청량하고 가볍게 느껴졌다.
그 이후로도 나는 이따금 인생을 퇴고하듯
지난 일들을 반추한다.
인생을 퇴고하다 보면, 당시엔 떳떳하고 잘했다고
여겨진 일도 더없이 부끄럽고 졸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산다는 건 부끄러움을 깨달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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