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기억의 치유

tlsdkssk 2005. 8. 1. 07:40

30대 후반 무렵, 어느 신부님의  책을 읽고

한달정도 나홀로 '기억의 치유'란 걸 해본 적이 있다.

매일 일정 시간을 할애하여 마음을 다듬고

준비 기도를 올린 다음 기억의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모든 사람과 모든 사건을

낱낱이 떠올리며 혹시라도 내가 다른 이에게

주었을 상처와 내가 받은 상처를

떠올리며  그 상처 속에 머문 다음

그들과 나를 위해 참회하고 용서하며 

치유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더듬고 더듬어 마침내 기억할 수 없는

아득한 과거(가령 아주 어린 시절이나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의 기억)에 이르면,

그 부분은 온전히 신에게 의탁한다.   

 

그 과정을 겪다 보면,

가벼이 지나가는 치유도 있지만,

어떤 문제는 긴 시간을 요한다.

새삼 아픈 기억이 떠올라 눈물이 폭포를 이루기도 한다.

그 아픔을 지웠다고 여겨지기 전까지는 다른 기억으로

옮겨가지 않고 가만히 머물러 있는다.

 

내겐 그 시간들이 어찌나 은혜로웠는지

그 한달이 지난 뒤엔 영혼의 다이어트라도 한듯

마음이 청량하고 가볍게 느껴졌다.

그 이후로도 나는 이따금 인생을 퇴고하듯 

지난 일들을  반추한다.  

 

인생을 퇴고하다 보면, 당시엔 떳떳하고 잘했다고

여겨진 일도 더없이 부끄럽고 졸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산다는 건 부끄러움을 깨달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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